중국 외교사령탑이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군사작전에 대해 “어느 한 국가가 국제경찰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제7차 중국·파키스탄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갖고 “현재 국제 정세는 혼란과 불안이 뒤엉키고 있으며 ‘일방적 괴롭힘’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베네수엘라 정세의 급변이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우리는 어느 한 국가가 국제경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금껏 생각하지 않았으며, 어느 한 국가가 국제 법관을 자처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AP연합뉴스 앞서 중국 외교부가 마두로 대통령 석방을 촉구한 데 이어 외교수장이 이번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 나선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을 통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라틴아메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강대국이 범죄 타격 명분으로 모든 절차를 우회해 무력을 사용하고 주권국 지도자에게 손을 뻗는다면 어느 나라가 절대적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외신은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싼값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았던 특혜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데다, 미국의 패권 확대로 중남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난관을 만났다고 분석하면서 중국의 비판적인 반응을 전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국의 작전이 중국의 대만 문제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SNS 웨이보 이용자 게시물을 인용해 “앞으로 대만을 되찾는 데도 같은 방법을 쓰자고 제안한다”, “미국이 국제법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데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하느냐” 등의 목소리를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의 분출이 곧바로 중국의 대만 전략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라이언 해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SNS에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일이 중국 당국의 대만 계산을 극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이번 공격으로 중국이 자국 주변에서 군사적 압박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