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지금 뭘 사고 있나…AI·레버리지에 몰린 해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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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지금 뭘 사고 있나…AI·레버리지에 몰린 해외투자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홍보관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남들은 뭘 사고 있을까. 한 달간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 상위 종목을 들여다보면 ‘AI 대세론’과 함께 특유의 투자 취향도 그대로 드러난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외화증권예탁결제에 따르면 한달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곳은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였다. 반도체 지수를 하루 수익률 기준으로 3배 추종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이다. AI와 반도체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에 “되면 크게 먹자”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달 매수결제 규모는 약 24억 달러(약 3조 4500억원)에 달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Tesla(테슬라)와 NVIDIA(엔비디아)가 여전히 강세다.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라기보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AI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엔비디아는 AI 연산의 ‘엔진’ 역할을 하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확산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다만 테슬라는 사업 내용과 별개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과 행보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함께 변동성 리스크도 안고 있다.

조금 덜 알려졌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종목들도 있다. Broadcom(브로드컴)은 AI 서버에 필수적인 네트워크 칩과 맞춤형 AI 가속칩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엔비디아 GPU가 두뇌라면 브로드컴은 신경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AI가 커질수록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여기에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IonQ(아이온큐)도 상위 매수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본격적인 수익은 없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넥스트 엔비디아’로 불리며 미래 기술에 대한 베팅 성격이 짙다.

그럼에도 한국 투자자들이 레버리지와 성장주에만 올인한 것은 아니다. SPDR S&P 500 ETF Trust(SPY)와 Invesco QQQ Trust(QQQ), Vanguard S&P 500 ETF(VOO) 등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매수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한쪽에서는 SOXL과 같은 레버리지 상품으로 ‘한 방’을 노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S&P500으로 기본 판을 깔아두는 이른바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잡는 투자’가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점점 더 극단적인 양손잡이 전략으로 가고 있다”며 “확신이 설 때는 레버리지로 베팅하고 동시에 S&P500으로 최소한의 안전판을 깔아두는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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