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K콘텐츠가 전 세계를 호령하는 사이, 정작 국내에서는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특히 K팝 산업이 글로벌 확장에 매몰돼 고유의 창의적 기반인 ‘국내 대중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반박이 어려울 정도로 뼈 아픈 통찰이다.
그 가운데 최근 출범한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라진 ‘메가 히트곡’…수익에만 몰두하는 K팝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28일(현지시간) ‘거의 붕괴 직전: 한국 영화계 위기의 이면, K팝 역시 예외가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대중문화의 지배력은 굳건해 보이지만, 내부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매체는 “기획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글로벌 투어와 코어 팬덤에만 집중하면서, 대중성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편협한 전략’이 지속될 경우, K팝 황금기를 이끌었던 글로벌 신드롬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경고다.
가디언의 지적처럼 현재 K팝 시장은 ‘메가 히트곡’이 사라지고 팬덤을 겨냥한 퍼포먼스 중심의 곡들만 남은 상태다. 몸집은 커져 월드 투어를 도는 그룹이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그만큼 예술성을 갖췄냐는 질문엔 답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수익에 몰두하는 형태다.
◇가디언 지적 사례에 정확히 해당하는 JYP…왜 박진영인가?
문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출범한 대중문화교류위원회의 행보다. 최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는 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수락하며 “민관 협력의 가교가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는 가요계 고질병을 수술하는 대신 해외 페스티벌 지원 등 ‘전시 행정’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이미 포화 상태인 레드오션에 세금으로 숟가락을 얹겠다는 행태로, 내수 시장 복원이라는 과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위원장인 박진영 CCO가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상황 역시 가디언이 지적한 위기 사례와 맞닿아 있다. 간판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빌보드 차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지만, 정작 국내 음원 차트에서의 파급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팔았음에도 대중이 알만한 곡 하나 없는 ‘팬덤 기반 성장’의 전형이다.
JYP는 트와이스와 데이식스를 제외하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이 부재하다. 이는 JYP의 과제이자 K팝 전체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위기의 K팝…언제까지 팬덤 장사만 할텐가?
결과적으로 박진영 체제의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허울 좋은 ‘상징적인 조직’인 셈이다. 가요계에서는 위기 극복의 적임자가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대중성을 잃어버린 K팝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형 기획사의 수장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위원장직을 맡은 모양새”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특정 장르와 대형 기획사에 편중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팬덤 장사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팬덤 장사만 하는 게 문제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발전해나가야 하는데, K팝은 지속적으로 자기 복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박진영 소속의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지극히 상징적인 조직이지, 어떤 업무를 할지는 예측이 안 간다”고 말했다.
세계는 K팝이 ‘고립된 섬’으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화려한 성적표 뒤에 가려진 ‘대중성 실종’이라는 위기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K팝의 영광은 과거의 유산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