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천=김용일 기자] 동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은 동트기 전 한파를 가르는 국가대표 선수의 열기로 가득하다. 오전 6시가 채 되지 않았음에도 주요 종목 훈련장은 한낮처럼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당장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세계 최강’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선수촌 빙상장에서 결전의 그날을 그리며 실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 훈련에 매진했다. “속도 유지하고~!”라는 코치진의 외침 속 빙판을 가르는 스케이트 칼날 소리만 고요하게 들렸다.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3연패 대업에 도전하는 ‘캡틴’ 최민정(성남시청)은 “(2018) 평창과 (2022) 베이징 때도 2연패할 것으로 생각하며 준비한 건 아니다. 밀라노에서도 기록 의식보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경험이 쌓이면서 마인트 컨트롤은 물론, 압박이나 부담을 극복하는 데 적응이 됐다.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라는 걸 보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최민정을 잇는 ‘차세대 기둥’ 김길리(성남시청)는 “올림픽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무대다. 민정이 언니를 보며 꿈을 키웠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고 싶다”고 웃었다. 남자 대표팀 최고 기대주인 임종언(노원고)은 “첫 종목이 혼성 계주인 만큼 남녀 선수 하나 돼 좋은 결과를 얻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자신 있는 1500m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선수촌 운동장엔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하계 종목 선수가 모여 스트레칭에 이어 러닝 등으로 예열했다.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의 추위에도 유도, 근대5종, 펜싱 등 주요 종목 선수는 이르게 구슬땀을 흘리며 의지를 다졌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은메달리스트이자 ‘2002년생 말띠’인 재일교포 허미미(경북체육회)는 ‘말의 해’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인 만큼 자신의 해로 만들고자 한다. 2023년 귀화한 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허미미는 “아시안게임이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출전권을 얻어) 대회가 나간다면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 더욱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최중량급 은메달을 목에 건 김민종(양평군청)은 “늘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파리 땐 도전자였는데, 아시안게임에서는 내 전력이 많이 노출돼 있다. 상대 연구보다 나 자신을 연구하고 보완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선수촌 식사 중 짬뽕이 끝내준다. 원래 짬뽕을 안 좋아했는데 여기 와서 좋아하게 됐다. 그걸 생각하면 운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며 특유의 넉살로 웃음을 줬다.
김택수 진천선수촌장은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선수 맞춤식 영양식과 간식 제공에 신경 쓰고 있다”며 “여전히 이들을 보면 나 역시 가슴이 뛴다. 매번 새벽 훈련부터 고생한다. 주위에서 요즘 세대 문화를 걱정하는 데 선입견을 두지 않아야 한다. 시스템을 두고 비난보다 격려, 기다려주면 알아서 잘 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선수촌 시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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