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중장년층의 ‘임금 결정’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중장년층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재취업이 아닌, 시간이 갈수록 임금이 상승하는 경로에 올라서는 전략이다. 게티이미지 학력이나 연차보다 어떤 자격을, 어떤 순서로 묶어 취득했는지가 임금 수준을 좌우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안전, ‘자격 조합’ 효과 가장 뚜렷…기술사 없이도 ‘月 450만원’ 가능
1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공개한 ‘중장년 자격 취득 로드맵’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산업안전·건설·소방·전기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단계적 자격 취득이 구조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이번 분석은 2015~2024년 10년간 50~65세 중장년 8만5000명의 국가기술자격 취득 이력과 재취업·임금 데이터를 추적한 것이다.
단순 취업 여부가 아닌 자격 조합에 따른 임금 변화를 정밀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금 상승 폭이 가장 컸던 분야는 ‘산업안전’이었다.
산업안전산업기사 취득자의 월 평균 임금은 346만원 수준이었지만, 산업안전기사로 올라서면 375만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위험물기능장을 추가 취득할 경우 월 평균 임금은 508만원까지 뛰었다.
기사 단독 대비 133만원이 늘어난 것으로, 상승률은 35%에 달한다. 자격 조합 하나만으로 연봉 6000만원대 진입이 가능한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산업안전 분야의 특성에서 찾는다. 법정 선임 의무가 있는 직무 특성상, 고급 자격을 보유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임금에 즉각 반영된다는 것이다.
건설안전 분야 역시 안정적인 상승 곡선을 보였다.
건설안전산업기사 취득자는 월 평균 383만원을 받았고, 건설안전기사는 413만원으로 올랐다. 건설안전기술사까지 취득하면 451만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기술사 없이도 자격 조합으로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건설안전기사에 콘크리트기사를 추가 취득한 경우에도 월 평균 임금이 45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상위 자격 하나’보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기술 자격의 결합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령보다 숙련 조합이 임금을 결정하는 시장”…고령화 시대, 중장년은 ‘숙련 자산’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두고, 중장년 노동시장에서 ‘학력 프리미엄’보다 ‘자격 프리미엄’이 강해지고 있음을 수치로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중장년층에게 자격증은 단순한 취업 수단이 아닌 임금 곡선을 다시 설계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기술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격 조합만으로 월 450만원 이상이 가능한 구조가 이미 자리 잡았다.
산업안전·건설·전기·설비 분야에서 확인된 자격 로드맵은, 중장년 재취업 시장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게티이미지 기업과 현장 인사 담당자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한 HR 전문가는 “중장년 채용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연차가 아닌 바로 투입 가능한 자격 조합”이라며 “자격증은 경력 공백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언어”라고 말했다.
특히 안전·전기·설비 자격을 함께 갖춘 인력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선 ‘연차’보다 ‘즉시 투입’ 가능성…“단발성 취득 아닌 단계적 로드맵이 핵심”
직업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분석이 자격 취득 전략의 중요성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자격을 단발성으로 취득하면 효과는 제한적이며, 단계적 로드맵이 있을 때 중장년 훈련의 투자 대비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말한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폴리텍대학의 중장년 특화훈련 역시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한 정책적 시도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중장년 인식 전환의 근거가 된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서 중장년의 생산성 유지 여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이번 분석은 ‘중장년은 비용’이라는 인식을 ‘중장년은 숙련 자산’으로 바꾸는 데이터”라고 분석했다.
종합하면 이번 분석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격증 하나가 아니라 조합이 임금을 만든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재취업이 아닌, 시간이 갈수록 임금이 상승하는 경로에 올라서는 전략이다.
산업안전·건설·전기·설비 분야에서 확인된 자격 로드맵은, 중장년 재취업 시장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