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정비사를 꿈꾸던 고등학생 김동건 군(17)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여섯 명에게 새 생명의 기회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 군이 지난달 20일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진행해 심장과 폐, 간(분할), 양측 신장을 기증했으며, 이를 통해 총 6명이 생명을 이어가게 됐다고 31일 밝혔다.
김 군은 11월16일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중 도로에 쌓인 모래로 인해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의료진은 뇌사 판정을 내렸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아들의 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큰 슬픔에 잠겼지만, 누군가의 삶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증을 결심했다.
인천 서구에서 외아들로 성장한 김 군은 주변을 먼저 살피는 따뜻한 성품으로 기억된다. 집 근처에서 일하던 어머니에게 커피를 사다 주곤 했고, 어릴 적부터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중고로 고장 난 자전거를 사 직접 고쳐 되판 뒤 그 돈으로 부모의 옷을 마련해 드리기도 했다는 것이 가족의 전언이다.
기계를 다루는 데 남다른 흥미를 보인 그는 항공 정비사를 장래 희망으로 삼았다. 고등학교 3학년 진학과 함께 항공 정비 관련 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오토바이 면허 취득 이후에는 정비 기술을 따로 공부할 정도로 열정이 컸다.
아버지 김태현 씨는 "아내가 어릴 적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어, 의족으로 불편한 생활을 했기에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40살에 저를 만나서 동건이를 낳았고,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보냈다"며 "하나뿐인 아들이기에 '온니원'이라고 애칭을 붙일 정도로 많은 애정을 쏟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배규나 씨는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동건아, 엄마가 고마워. 동건이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해주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어"라며 "엄마랑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했지만, 하늘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 사랑해"라고 밝혔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고등학교 2학년의 꿈 많던 청년 김동건 군과 생명나눔에 함께 해주신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나눔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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