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발류-파에스의 같은 날 동반 경질, 그 이유는 같았다. ..외국인 감독일뿐 새로운 전술도, 우승팀을 만들어낼 그릇도 되지 않았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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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발류-파에스의 같은 날 동반 경질, 그 이유는 같았다.
..외국인 감독일뿐 새로운 전술도, 우승팀을 만들어낼 그릇도 되지 않았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지난 30일 남자 프로배구의 사령탑 두 명이 나란히 사퇴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우리카드의 마우리시오 파에스가 감독의 사퇴 소식이 오전에 들려온 데 이어 KB손해보험의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감독도 오후에 지휘봉을 내려놓는다는 발표가 전해졌다. 같은 날 두 명의 감독이, 그것도 브라질 출신의 외인 감독이 동반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건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카르발류 감독의 사퇴는 팀 운영의 기조를 두고 사령탑과 프런트의 시각이 달랐다는 점에서 나온 처사였다. 비시즌에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임성진(8억5000만원)을 치열한 영입전 끝에 데려온 뒤 국가대표 주전세터이자 주장인 황택의에게 연봉킹(12억원)을 보장해준 KB손해보험은 당장 우승을 원하는 ‘윈-나우’ 기조의 운영이 필요한 팀이다. 다만 카르발류 감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질 개선을 원한다”면서 팀 훈련 때도 기본기 위주의 훈련을 진행했다. 경기를 앞두고 가지는 미팅에서도 “A선수가 크로스 공격이 좋긴 하지만, 직선 공격도 좋으니 다 대비해야 한다”, “상대가 속공도 좋지만 파이프 공격도 좋으니 다 대비하라” 등의 당연한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선수단은 상대팀, 상대 주요 선수들에 대비한 맞춤형 훈련과 동선을 원했으나 카르발류 감독은 기본기와 원칙을 고수했고, 결국 선수단은 전력분석관과 따로 분석 미팅을 가지는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
카르발류 감독은 우승팀을 이끌 그릇도, 맞춤형 전술이나 전략을 만들어낼 능력조차 없었다. 카르발류 감독의 ‘그립감’이 강화된 2라운드 후반부터 3라운드 초반까지 KB손해보험은 4연패에 빠졌다. 그러자 카르발류 감독은 사퇴 의사를 전했지만, 구단은 그를 달랬다. 카르발류 감독의 동의 아래 훈련 및 분석 등에 대한 권한을 코치들에게 위임하자 곧바로 3연승의 상승세를 탔다. 웃기 못할 상황이 연출되자 구단은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카르발류 감독의 사퇴를 수용하게 됐다.
우리카드는 6위로 추락해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파에스 감독을 사실상 경질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파에스 감독 부임 전인 2023~2024시즌에 우리카드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우승권 팀이었지만, 파에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 오히려 성적은 뒷걸음질쳤다.
지난 시즌에 18승18패로 4위에 그치며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고, 올 시즌에는 성적이 더 떨어져 전반기를 6승12패, 6위로 마쳤다. 결국 구단이 칼을 빼들어 상호합의라는 모양새는 취했지만, 파에스 감독을 경질하며 체질 개선이 나서게 됐다.
지난 19일 삼성화재도 김상우 감독이 자진사퇴하며 고준용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는 상황에서 남자부에서 무려 세 팀이 대행 체제로 치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부터 합류한 하현용 코치가 대행을 맡는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레전드 아포짓 스파이커 출신의 박철우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세워 시즌 끝까지 맡긴다는 방침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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