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색내기 식의 KT 보상안…진정성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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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생색내기 식의 KT 보상안…진정성 안 보인다

KT가 총체적 보안 부실로 2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수억 원의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뻔한 해킹 사태에 대해 30일 공개 사과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날 함께 발표된 고객 보상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KT가 발표한 보상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위약금 면제 결정이었다. 계약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 대해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는 건데, 지난 8월 초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최초로 발생한 지 5개월이 다 된 시점이다. 이미 수개월 간의 조사 과정에서 불법 펨토셀로 통화·문자 정보 탈취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이다. 정보보호와 고객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자발적인 위약금 면제와 보상안을 내놨어야 했다. 이마저도 정부에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위약금 면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후에야 수세적인 태도로 발표했다.


위약금 신청방식도 고객 편의와는 거리가 멀다. 해지를 원하는 고객은 위약금을 일단 지불하고 별도 신청을 통해 환급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KT를 유지하는 고객에 대한 보상안을 봐도 사과의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요금 할인 혜택 없이 '쪼개기'식이라는 점에서 쿠팡의 보상안을 떠오르게 한다. 매달 100GB 데이터 제공은 무제한 요금제 고객에겐 무용지물이고, 로밍 서비스는 해외 출국하지 않는 가입자에겐 소용이 없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도 통신사 결합 상품을 유도하는 꼼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지난 8월 전 고객 통신료의 50%를 별도 신청 없이 할인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과 큰 차이가 있다. SKT는 유심 정보 해킹 사고 이후인 지난 5월에만 KT와 LG유플러스로 갈아탄 가입자 수가 폭증하자 고육지책으로 할인대책을 내놨다.


반면 KT는 불법 펨토셀 사태 이후에도 대규모 번호이동 현상이 없었다. SKT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위약금 면제 규모는 적을 수밖에 없다. 통신료 할인 같은 실질적인 혜택이 빠진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KT의 보안 사고는 진심 어린 보상과 사죄로 고객의 마음을 돌릴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고객의 안전, 편의, 만족을 지키고 달성하는 것이 KT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보면서 '주인 없는 회사'인 KT는 자사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근시안적인 방식을 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25년은 KT를 포함해 이통3사 모두 보안에 치명적인 빈틈이 드러난 불명예스러운 해로 남게 됐다. 고객을 사로잡을 진정성이 이들 기업이 명예 회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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