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빈민가에서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재가공해 파는 요리를 지칭하는 '팍팍(pagpag)'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현지에서 이 충격적인 음식을 직접 먹어보는 영상을 잇달아 공유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필리핀 빈민가에서 일명 '팍팍'라 불리는 재가공 음식을 먹는 영상이 SNS를 달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닐라 북서쪽에 위치한 필리핀 대표 빈민가인 톤도는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높은 건물은 없지만 인구 밀도는 서울의 4배에 달한다. 이곳엔 쓰레기 분리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1000여채의 가옥이 전소돼 가벼운 나무로 지어진 가옥들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어 화재에 취약한 상태다.
톤도 주민들이 먹는 음식 팍팍은 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타갈로그어에서 유래한 팍팍은 '먼지를 털어내다'라는 의미다. 팍팍의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밥, 닭고기 등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서 세척의 과정을 거친다.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끓이고 식초, 칼라만시를 뿌려 악취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향신료로 양념을 한 후 튀겨서 요리를 완성한다. 판매 가격은 20~30페소(약 500~750원) 수준이다.
1960년대 극심한 빈곤 속에서 등장한 요리 '팍팍'필리핀의 극빈층 가정에서 팍팍은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다. 이 음식은 1960년대 필리핀이 심각한 부채 위기와 실업난을 겪던 시기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고, 극심한 빈곤 속에서 버려진 음식 찌꺼기를 모아 먹기 시작하면서 팍팍이 생겨났다.

팍팍과 관련한 논란은 최근 SNS 팔로워 650만명을 보유한 중국 여행 인플루언서 '바오저우 브라더'가 이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했다. 그는 영상에서 "맛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팔로워 20만명의 중국 인플루언서 '스무 살인데 아직 스타벅스에 안 가본' 역시 지난달 28일 팍팍을 먹어보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현지인들은 정말 이걸 먹는다. 이 고기 조각 좀 봐라, 반만 남았다. 사막에서 10일 밤낮을 굶었다고 상상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아이들과 팍팍을 나눠 먹은 그는 "이것이 세상의 불평등이다. 부자들이 쓰레기로 버린 것이 여기서는 보물이 된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중국 SNS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한 누리꾼은 "먹는 척만 하라. 진짜로 먹지는 마라"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이는 "그만 먹어라. 보는 것조차 견딜 수 없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것조차 최악은 아니다. 여기엔 이런 중고 치킨 한 상자도 살 수 없는 가정들이 아직 있다"며 "어떤 이들은 아이 생일 때만 한 상자를 산다. 그마저도 남은 뼈다귀를 다시 모아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팔기도 한다"고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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