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한국살이 활력소”… 정보·건강충전 多잡다 [SPORTS 7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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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한국살이 활력소”… 정보·건강충전 多잡다 [SPORTS 7330]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 ‘포위드투 글로벌마더스’ 자녀들 농구 시키다 팀 결성 ‘첫 발’ 10여 개국 40여명 주부 회원 등록 주 1회 훈련·연습경기 열정 활활 실전 8전 8패지만 웃음꽃 만발 운동 후 식사·문화활동 함께 해 “단체스포츠 접할 기회 늘었으면”
우리나라 생활체육의 사각지대 중 하나가 바로 30∼40대 주부들이다. 육아에 가사와 직장생활까지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운동할 여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체육에 접근이 어려운 또 다른 계층이 결혼해서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해외 이주 여성들이다. 운동하고 싶어도 정보가 부족해 참여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큰 개인 운동이 아닌 단체운동을 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

생활체육 분야의 이 커다란 두 구멍을 메우기 위해 탄생한 것이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 ‘포위드투 글로벌마더스’다.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지난 27일 이들이 모여 훈련과 연습경기를 한다는 서울 용산문화체육센터를 찾았다. 20여명의 다국적 출신 주부들이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드리블과 패스 연습에 한창이었다.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 ‘포위드투 글로벌마더스’ 선수들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문화체육센터 체육관에서 훈련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위드투 글로벌마더스’는 2년 전인 2023년 ‘글로벌 프렌즈’라는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 선수의 어머니들에게 천수길 감독이 “농구를 한 번 해보라”라고 권유한 것이 출발이었다. 친목단체처럼 운영하던 글로벌마더스가 정식 농구단의 형태를 갖춘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미국에서 공익활동을 벌이는 비영리재단 포위드투의 이상진 총괄디렉터가 글로벌마더스에 대해 알게 되고 후원에 나서면서부터다. 이 디렉터는 “단순 후원이 아니라 창단”이라고 말할 만큼 글로벌마더스 농구단에 든든한 지원을 하고 있다.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면서 ‘포위드투 글로벌마더스’는 이제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뉴질랜드, 베트남, 캄보디아 등 10여 개국에서 온 40여명의 주부가 회원으로 등록해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함께 두 시간가량 훈련을 하는데 실질적인 참여 인원은 20∼25명 정도다. 천 감독은 “체육관 대관 문제가 있어서 훈련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육아나 집안, 또는 직장 문제로 이 시간에 맞춰 모든 사람이 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체육관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다. 1시간20분가량 체력과 기술훈련을 한 뒤 나머지 30분 정도는 팀을 나눠 연습경기를 갖는다. 대부분 농구단에 가입하고 나서 처음 농구공을 잡아 본 이들이라 실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의욕만큼은 프로 선수 못지않다. 좋아서 하는 운동이니 표정 또한 밝을 수밖에 없다. 진 팀은 코트 끝에서 끝까지 벌칙 달리기를 해야 해 연습경기라고 해도 나름 치열한 승부라 보는 이도 흥겹다.

천 감독은 “방학 때면 아이들까지 데려오기에 체육관이 운동회 분위기”라고 귀띔한다. 다만 실전에서는 8전8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 그래도 처음에는 무득점 경기가 나올 정도였지만 이제는 20점 가까이 득점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며 뿌듯해한다.

‘포위드투 글로벌마더스’의 역할은 단순히 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훈련과 경기 뒤에는 함께 식사하고 여러 문화활동도 하는 등 친목을 쌓는다. 이를 통해 다문화 주부들이 한국살이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어 몸과 정신을 모두 튼튼하게 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는 중국 출신 자오위자오(45)씨는 “지난해 12월에 처음 농구를 시작했다. 키도 작아서 농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재미있게 하고 있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 여기서밖에 운동하지 않는데 1년 만에 체중이 6㎏이나 줄었다. 예전에 그렇게 살을 빼고 싶었는데 농구를 시작한 것이 정말 좋다”며 즐거워했다.

몽골 대사관에서 일하는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1년 전에 한국에 왔다는 푸친일함(42)씨는 “어렸을 때 잠깐 취미로 농구를 했었는데 아이들 친구 엄마로부터 다시 운동할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참가하게 됐다”면서 “허리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걱정도 됐는데 여기서 운동하면서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일로 너무 바빠서 거의 집에 늦게 들어와 애들하고만 지냈는데 여기 나오면서 친구들도 많아져 좋다. 더 많은 골을 넣고 싶은데 잘하지 못해서 감독님께 죄송하다”며 웃었다.

사실 서울뿐 아니라 단체 운동할 기회를 찾는 다문화 주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포위드투 글로벌마더스’ 외에는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자체적으로 만들기는 힘들어 누군가 나서 후원과 조직에 앞장서 줘야 하는 탓이다. 천 감독은 “글로벌마더스도 국내가 아닌 해외 교포 재단이 후원에 나섰다. 국내에서 다문화 주부들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런 활동을 도와준다면 전국적으로도 더 많은 운동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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