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 휘젓는 ‘낭랑 1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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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트 휘젓는 ‘낭랑 18세’
고졸 루키 3인방, 신인왕 경쟁 2007년생 양우혁·김건하·다니엘 팀 핵심 전력 급부상… 리그에 활력 양, 대범한 외곽포 등 활약 눈길 김, 여유로운 경기 운영 능력 장점 다니엘, 수비 등 궂은일에서 두각
2025∼2026시즌 프로농구 코트에 푸릇푸릇한 10대들이 몰고 온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 진학 대신 고교 졸업과 동시에 곧바로 프로 무대에 입성해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2007년생 만 18세 3인방 양우혁(대구 한국가스공사), 김건하(울산 현대모비스), 에디 다니엘(서울 SK)이 그 열풍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유망주’에 머물지 않고, 각 팀의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하며 KBL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양우혁이다. 삼일고 시절부터 일본의 농구 스타 가와무라 유키(시카고 불스)에 비견되며 ‘삼일 유키’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프로에 데뷔해 그 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양우혁은 지난해 12월20일 안양 정관장전에서 개인 최다인 19득점을 쏟아부으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등 어느새 팀의 주전 가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대범한 외곽포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는 베테랑 수비수들조차 당혹스럽게 만든다는 평가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양우혁에 대해 “코트 위에서 겁이 없다. 고졸 신인이라는 점을 잊게 하는 클러치 능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칭찬할 정도다.
양우혁(왼쪽부터), 김건하, 에디 다니엘 김건하는 무룡고 시절부터 ‘천재 가드’로 불렸다. 넓은 시야와 창의적인 패스 능력을 갖춘 그는 현대모비스의 연고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직행했다. 팀 최고참 함지훈과는 23살 차이가 난다. 포인트 가드 포지션 특성상 고졸 선수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조동현 감독의 신뢰 아래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김건하의 강점은 경기 운영 능력으로 외국인 선수와의 2대2 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여유로운 리딩은 그가 고졸 신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다.

특히 김건하는 지난달 15일 가스공사와 경기에서 상대팀 양우혁과 나란히 선발 출전해 고졸 신인끼리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김건하는 10득점에 4개의 어시스트를 선보이며 2득점 1도움에 그친 양우혁을 따돌리고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21일 SK전에서는 11점 10어시스트로 역대 최연소 ‘더블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김건하에 대해 “팀의 시스템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상 울산의 뒷문을 책임질 재목”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둘보다 조금 늦게 데뷔전을 치렀지만 가장 뜨거워지고 있는 선수가 용산고를 졸업하고 연고 지명을 통해 SK에 입단한 다니엘이다.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그는 신장 192㎝에 엄청난 탄력을 지닌 포워드다.

포지션 특성상 다니엘은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다니엘에 대해 “전술적 이해도가 매우 높은 선수”라고 칭찬한다. 다니엘은 지난 13일 열린 원주 DB와 홈 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16득점을 올리며 이제는 공격력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날 수훈선수로 뽑혀 인터뷰하는 도중 선배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았지만 마냥 기쁜 표정이었다.

이들 고졸 3인방은 강성욱(21·수원 KT)과 함께 시즌 막판까지 뜨거운 신인왕 경쟁을 펼칠 전망이어서 앞으로 활약도 기대할 만하다.

프로농구 KBL 무대에 고졸 신인이 등장한 것은 2015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삼일고 출신 송교창(KCC)이 처음이다. 그는 2020~2021시즌엔 고졸 선수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지만 데뷔 시즌부터 주전급은 아니었다.

안양고 출신 김형빈(SK)은 201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았지만, 입지를 다지기까지 7시즌이 걸렸다. 2020년 드래프트 1순위 출신 삼성 차민석(현 상무)도 제물포고를 졸업해 바로 프로에서 5시즌을 뛰었으나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2024년 드래프트 전체 1·2순위가 모두 고졸인 박정웅(정관장)과 이근준(고양 소노)일 만큼 젊은 피가 각광받고 있지만 그들도 아직 코트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큼 고졸 신인이 프로 무대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 3인방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특히 드래프트가 아니라 연고 지명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연고지 유망주 발굴에 각 구단이 더욱 신경 쓰게 만드는 요인도 되고 있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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