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선수단 감기 ‘진원지’ 김세인, 27일 페퍼전에선 타나차 부상 공백을 지워내며 10연승 이끈 ‘해피 바이러스’가 됐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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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선수단 감기 ‘진원지’ 김세인, 27일 페퍼전에선 타나차 부상 공백을 지워내며 10연승 이끈 ‘해피 바이러스’가 됐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김천=남정훈 기자] 도로공사의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다. ‘아, 김세인이 딱 5cm만 더 컸다면 어느 팀에서도 주전으로 뛸 테고, 국가대표도 할 텐데...’

김세인은 타고난 점프력과 운동 능력을 앞세워 토스 최고점에서 때리는 공격력이 일품이다. 여기에 리시브가 다소 아쉽지만, 빠지는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디그도 좋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이 김세인을 주전으로 쓰길 주저하는 건 1m73의 신장 때문이다.

신장이 작아서 아쉽지만, 많은 장점을 보유했기에 백업으로 쓰기엔 더 할 나위 없는 선수다. 주전이 흔들렸을 때 들어가서 분위기를 바꿔주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27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경기도 김세인의 ‘게임 체인저’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초반에 큰 변수가 생겼다. 1세트 4-2로 도로공사가 앞선 상황에서 모마(카메룬), 강소휘와 함께 도로공사의 최강 ‘삼각편대’를 이루는 타나차(태국)가 공격 후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접지르면서 코트를 떠난 것. 김종민 감독은 웜업존으로 김세인에게 눈을 돌렸고, 곧바로 김세인이 코트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타나차 대신 코트에 들어선 김세인은 1세트에만 서브 득점 1개 포함 6점, 팀 내 최다인 디그 8개를 걷어올리며 타나차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했다. 흔들림 없이 1세트를 도로공사가 따낼 수 있었던 건 김세인 덕분이었다.

1세트를 따낸 도로공사는 2세트에 11-18 뒤지던 경기를 역전해내며 잡아냈고, 3세트도 23-23 접전 상황을 이겨내며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달 21일 시즌 개막전에서 페퍼저축은행을 만나 풀 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한 뒤 내리 9경기를 잡은 도로공사는 이날 승리로 2라운드 만에 전 구단 승리를 해냈다. 승점 3을 쌓은 도로공사는 승점 28(10승1패)이 되며 2위 현대건설(승점 17,5승5패), 3위 페퍼저축은행(승점 16, 6승4패)와의 승점 차를 10 이상 벌리며 독주 체제를 한층 더 공고히 했다.

이날 김세인은 팀 내 두 번째인 13점(공격 성공률 39.29%)에 리시브 효율 45.45%(10/22), 디그 17개를 솎아내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뒤 신인 이지윤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세인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며칠 전 앓던 독감이 다 낫지 않은 여파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1세트엔 마스크를 쓰고 뛰다 2세트부터 벗었다. 도로공사에는 감기가 돌았는지 여러 선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인터뷰실에 들어서서도 기침을 하던 김세인에게 ‘팀 내 감기 진원지가 누구냐’라고 묻자 “저에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승리 소감을 묻자 김세인은 “1세트 초반에 예기치 못하게 들어가서 긴장이 됐는데, 3-0 승리를 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답했다. 이어 “타나차가 다치고 난 뒤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다. 코트에 들어가니 (문)정원 언니가 ‘자리 잘 잡고, 공격 범실해도 되니 자신있게 때려라’라고 얘기해준 게 부담감을 덜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감기로 인해 뛰기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독감 처음 걸렸을 땐 정말 아팠는데, 8일쯤 쉬었나. 점점 좋아졌어요. 오늘 경기할 땐 숨 찬 거 빼고는 지장이 없었어요”라고 답하면서도 연신 기침을 하던 김세인이었다.

그동안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한 도로공사의 다음 경기는 다음달 3일 인천 흥국생명 원정이라 텀이 있다. 김종민 감독에게 승장 인터뷰 때 ‘선수들에게 투박(2박 휴가)을 주느냐’고 묻자 “아직 시즌 중이고, 선수들 몸도 정상이 아니어서 투박은 힘들다. 원박을 줄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이 얘길 들려주자 김세인은 “아, 감독님이 그렇게 얘기하셨으면 투박 안 주실 것 같다. 그래도 누가 다시 얘기해서 투박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날 도로공사는 10연승을 완성했다. 구단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세인은 “프로에서 10연승은 처음 해본다. 언니들도 잘 하고 있고, 세빈이랑 지윤이도 기특하게 잘 하고 있다. 저도 제게 주어진 후위 세 자리 들어갈 때마다 잘 해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감기 다 나으면 더 잘 할 자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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