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끝을 향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28개 조로 구성된 평화협정 초안을 제시했고 11월 27일까지 수용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럽 정상들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제안된 내용은 조정의 여지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단 지난 23일 프랑스, 영국, 독일 국가안보 담당자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했다. 협정안은 처음에는 러시아가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이 작성했음이 드러났고, 러시아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했음을 미국 당국자들이 인정했다.
협상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쟁의 중단을 포함한 다양한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 초안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확인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유럽 간에 포괄적 불가침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분쟁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인접 국가를 더 침공하지 않고, NATO 역시 확장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양측이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감행할 경우 협정은 무효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주권 확인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보면 진일보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요구한 NATO 확장 금지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둘러싼 논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다시 러시아가 침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정보장이 제공되지만, 우크라이나군 규모는 60만 명으로 제한되며 NATO에 가입하지 않을 것임을 헌법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NATO 역시 규정을 개정에 우크라이나를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음을 명문화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NATO군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으며, 유럽 국가들의 전투기들이 폴란드에 주둔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연합 가입을 허용하며, 가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럽 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초안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동시에 유럽연합 가입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한 NATO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금지하도록 함으로써 안전보장의 실효성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폴란드에 유럽 전투기를 배치하도록 함으로써 미국은 향후 양측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복구와 관련해 초안은 우크라이나 개발 기금을 설립해 급성장하는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등에 투자할 것임을 밝히는 동시에 인프라 개발, 광물 및 천연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세계은행이 특별금융 패키지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재원으로는 현재 서방에 의해 동결된 러시아 자금을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100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을 재건에 투입하고 유럽도 추가로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대신 미국은 동결자산 1000억 달러 투입에 따른 이익의 50%를 가져가며, 나머지 동결자금은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투자기구에 투입되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자신들의 비용이 아닌 러시아의 돈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익을 챙겨가겠다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동결자산의 복원을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는 영토에 대한 인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즉 크림반도와 돈바스 전체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에 대해서는 러시아 영토로 간주하되 비무장지대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는 단계적으로 논의해 추진될 것이며, 대신 러시아가 다시 G8 일원으로 초대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돈을 포기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논란이 되어 온 영토와 기존 점령지를 모두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전쟁 중 행위에 대한 어떠한 기소나 문제 제기도 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전쟁범죄에 대한 사면도 러시아는 확보할 수 있다.
평화안은 전체적으로 러시아의 의도가 반영되었으며, 러시아에 유리한 구조이다. 즉 자신들이 점령한 영토를 인정받고 NATO의 확장을 저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입도 불가능하여지도록 함으로써 언제든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초안에 대해 갈등 해결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환영했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으로서는 수용하기 곤란한 것은 명확하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 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는 손실은 명확하지만, 미래에 대한 보장은 모호한 협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휴전 후 10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독일과 프랑스는 기존 협상안이 지나치게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데 합의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유럽의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음을 밝혔다. 국가의 존엄성을 잃거나 주요 파트너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통일된 의견과 단합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더 다른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을 것임은 명백하다는 점이다. 또한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명분과 원칙은 사소한 것이 되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의 타결 여부에 따라 세계 질서는 다시 요동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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