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와 인적 분할을 마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새 출발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24일 재상장하며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주가는 이틀 사이 10% 넘게 빠졌다. 시장에선 과대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여 잡기 시작했다. 꾸준한 수익을 통해 내년에도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가치 재평가될 것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속 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 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분리됐다. CDMO 사업은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그대로 존속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설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적 분할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를 완전히 분리해 잠재적 이해상충을 해소하고 ▲상이한 사업 구조가 하나의 연결 회사에 혼재되어 기업가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던 구조적 한계를 제거하는 것이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 가치는 인적 분할 이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은 바이오시밀러 부문이 분할되면서, CDMO 사업의 높은 수익성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주요 CDMO 상장사인 스위스의 론자와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대비 높은 EV/EBITDA(기업가치를 상각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값) 멀티플을 적용받았다"면서 "주요 요인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매출 성장률 ▲압도적인 생산 능력(CAPA) 확충 ▲높은 수익성 구조에 기반 한다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근 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3.2%로, 글로벌 주요 CDMO 기업 평균인 11.8%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특히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해 기존 성장세를 넘어섰다.
이는 견조한 수주 실적에 기인한다. 올해 대형 수주계약이 연이어 체결되며 2025년 10월 말 기준 누적 수주 금액은 5조 5193억원으로, 전년도 연간 수주금액(5조 4035억원)을 초과했다.
정 연구원은 "대형 의약품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제조승인을 획득해 품질 신뢰도를 확보한 결과"라면서 "향후 높은 매출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2026년 5공장 가동…경쟁사 대비 우위 확보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 이후 목표가를 일제히 높였다. IBK투자증권은 209만원을 제시했으며, 대신증권은 220만원, 미래에셋증권은 가장 높은 2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가를 높인 배경엔 내년도 5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생산능력(CAPA) 확대에 따른 매출 확대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1바이오캠퍼스(1~4공장)에 이어 제2바이오캠퍼스 내 5공장이 올해 4월 완공해 현재 총 5개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총 78만4000ℓ의 CAPA로 글로벌 1위 수준이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1~4공장은 모두 풀가동 국면에 진입했고, 5공장 실적은 2026년 2분부터 점진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라면서 "대규모 CAPA 확충 이후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실적에서 확인된 수익성 개선의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규모 CAPA를 확보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약 5곳에 불과하다. 경쟁사 중 일본의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스가 공격적으로 증설을 진행하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압도적이다. 2032년까지 총 132만 4000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이수 연구원은 송도 내에 공장을 집약적으로 배치한 점도 높은 수익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일 지역에서 물류·품질·설비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며 운영 효율을 높이고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이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아닌 고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론자는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이 전체 매출의 약 44%에 불과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으며 우시바이오로직스 역시 임상 전 단계 및 임상 1·2상 물질이 전체 CDMO 매출의 약 58%를 차지한다. 이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업화 단계의 대규모 생산을 중심으로 한 제품믹스와 송도 집약형 운영체계를 통해 경쟁사 대비 뚜렷한 수익성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신규 수주 확대 전망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규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목표가를 올려잡은 배경이다. 인적 분할에 따른 사업 독립성 강화와 중국 바이오 기업 규제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미국 생물보안법안 입법에 따른 중국 CDMO 대체 수요 확대가 근거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중국계 공급망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혜를 받고 있다"면서 " 2025년 1월 2조원, 2025년 9월 1조8000억원의 대규모 수주를 유치하면서 5공장 CAPA를 채우고 있다. 대규모 수주 유치는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이수 연구원은 인적 분할을 통해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간 이해 상충이 해소된 점도 주목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총 11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 및 출시함과 동시에 일부 고객사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중복되며 잠재적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정 연구원은 "향후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면, 빅파마들이 CDMO 파트너 선정 시 이러한 이해 상충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 "이러한 환경에서 이번 인적 분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 독립성을 명확히 확보해 신규 수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