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 출시와 함께 자체 칩인 텐서처리장치(TPU)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를 '엔비디아의 지위 역전 '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조민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TPU 생태계 확장 전략은 역설적으로 전체 AI 산업의 성장을 재차 자극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TPU의 등장을 '범용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대체'로 바라보기보다는, AI 인프라 수요의 추가적인 확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취지다.
"엔비디아 강점은 업계 표준된 'CUDA' 생태계"최근 제미나이3의 성공적인 출시로 구글은 이미지·영상·텍스트를 모두 이해하는 멀티모달 모델 분야에서 강한 기술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특히 학습과 추론 모두를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인 TPU로 수행하면서, 클라우드를 비롯한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까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구글 대상 매출이 큰 브로드컴(설계), 루멘텀홀딩스(광연결), 셀레스티카(조립) 등에 업계 관심이 쏠린 배경이다.
조 연구원은 "지난 12년간 쌓아온 구글의 수직 통합 AI 전략(칩,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운영 플랫폼,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구조)의 가시적인 성과"라며 "이미 체결된 앤트로픽(Anthropic) 대상 최대 100만대의 TPU 공급 계약에 더해 메타(Meta)와의 계약까지 성사된다면, 2027년 예상 생산량은 약 300만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메타와 'TPU를 학습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점도 업계 시선을 끌었다. 조 연구원은 "기존 'ASIC은 추론 전용'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만약 TPU가 학습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낙관적 시나리오까지 가정한다면, 주요 5대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중 2곳이 TPU를 기반으로 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다만 조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지위가 역전될 가능성은 과도하다"고 짚었다. 그는 "가속기 시장 내 TPU 점유율은 확대되겠지만, 엔비디아의 강점은 GPU 하드웨어 자체가 아니라 10년간 축적돼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AI 엔지니어용 개발 플랫폼 '쿠다(CUDA)'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이미 연구기관과 기업 전반이 CUDA 기반 인프라에 깊게 통합돼 있다는 것이다.
"구글 TPU 생태계의 등장, 전체 시장 확장에 기여"TPU 생태계로의 전환은 전력 효율성 면에서 매력적일 수 있지만, 기존 시스템과 도구를 바꿔야 하는 높은 전환 비용이 존재한다. 또한 ASIC는 특정 목적에 최적화돼 있어, 유연한 옵션이 있어야 하는 고객에겐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GPU는 범용성이 높아 다양한 작업 방식에 대응할 수 있다.
조 연구원은 "현재로서 구글의 TPU 외부 판매 개시 및 ASIC의 점유율 확대 등 시나리오는 엔비디아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아닌 현재 약 75~80%에 달하는 매출총이익률에 대한 압력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제미나이3가 시장에서 선두 모델로 부상하면서 타 LLM들의 성장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며 "자체 솔루션 개발에 막대한 지출을 하면서까지 새로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구글 생태계의 등장은 ASIC 점유율 증가뿐 아니라 가속기 시장 전체 파이 확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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