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은 이날 통일부가 웨스턴조선 호텔에서 연 ‘한반도 평화경제 미래비전 국제세미나’에서 “미국의 승인과 결재를 기다리는 관료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한반도 문제의 특성”이라고 짚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경제 미래비전 국제세미나’에서 25일 축사하고 있다. 그는 김대중정부가 1998년 11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일정에도 금강산 관광 첫 출항 일정을 고수한 일화를 언급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이 금강산 관광 일정을 조정하길 바라는 기색을 내비쳤다. 북한이 평안북도 금창리 산속에 대형 구조물을 만드는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는데, 해당 장소가 핵무기 관련 시설로 의심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김대중정부는 남북교류를 위해 출항 일정을 고수했다.
김대중정부가 클린턴정부의 바람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을 두고, 정 장관은 “(한반도 문제의) 자기중심성,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남북 상생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남북 단절이 7년”이라며 “2018년 12월7일 회담을 끝으로 2025년 11월이니 만 7년 동안 개미새끼 한마리 오가지 못하는 완전한 단절의 시대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중국이 주변 지역에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는 흐름 속에서도 중국과 대만의 교류는 질과 양이 깊어진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불일부이(不一不二), 하나도 둘도 아닌 상태, 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평화경제의 길”이라며 “2026년에는 한반도 평화공존, 화해협력의 신(新)원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국의 결정권을 강조한 정 장관의 발언은 이날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접견을 앞두고 나왔다. 이를 두고 정 장관이 우리 정부에 한·미 연합훈련 조정 관련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민주 기자 chapt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