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소캠(SOCAMM)'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독자 표준으로 개발해온 차세대 메모리 모듈이다. 내년 상반기 출시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에 탑재될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모듈 소캠을 두고 메모리 3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 독점 구도가 깨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기회가 열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소캠2 샘플을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3사 중 소캠2 출하 사실을 밝힌 건 마이크론이 처음이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제27회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소캠2 실물과 사양을 공개하며 견제에 나섰다.
'가성비 고성능' 소캠, 효율·경제성 모두 잡는다
소캠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고성능 연산을 담당하는 것과 달리 AI GPU 메모리 풀을 확장하는 '서브 메모리' 기능을 맡는다. 효율을 높이면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소캠은 효율뿐 아니라 경제성 면에서도 합리적이다. HBM 대비 25~33%의 가격대로 고성능을 충족할 수 있다. 고대역폭은 아니지만 대용량 메모리 구성이 가능해 AI 추론, 개인용 AI PC, 기업용 AI 서버 등 중간급 모델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한 AI 가속기에는 HBM과 소캠이 함께 탑재될 수 있다.
소캠은 전력 효율에서도 강점이 있다. 마이크론은 자사 소캠 모듈이 기존 서버용 메모리 모듈(RDIMM) 대비 전력 소모량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DR5 기반 DIMM 대비 전력 효율이 45% 이상 개선된 소캠 모듈을 선보였다. 가격 역시 HBM 대비 낮아 '고성능 대비 경제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 제품군이다.
현재 소캠2에 대한 표준화도 진행 중이다. 미국 전자산업협회(EIA) 산하 국제반도체표준협의회(JEDEC)는 조만간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소캠2의 국제 표준 확정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소캠2 전환…삼성·SK 참전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베라(Vera)'에 소캠을 탑재할 계획이다. 베라는 같은 해 출시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서 두뇌 역할을 맡게 된다. 엔비디아는 올해 출시하려던 AI 가속기 'GB300' 시리즈에 소캠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대량 발주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와 함께 기존 소캠1(1세대 소캠) 대신 소캠2(2세대 소캠)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소캠1을 마이크론으로부터 사실상 독점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캠2 탑재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물량을 배정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론이 우위를 점했던 구도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출발선이 같아진 '3파전'으로 재편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대량 물량을 공급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각 사가 공개한 사양에 따르면 마이크론 소캠2는 192GB 용량에 최대 9.6Gbps 동작 속도를 구현한다. 삼성전자는 8.5Gbps, SK하이닉스는 7.5Gbps부터 최대 9.6Gbps까지 지원하는 모듈을 전시했다. 동작 속도는 AI 서버의 병목을 줄이기 위해 중요한 요소지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공정 난이도·원가 부담이 커지는 만큼 각 사의 '수율 안정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3사가 비슷한 수준으로 소캠2 양산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이 LPDDR5X 기반 모듈을 선제적으로 개발했지만, 삼성·SK하이닉스 역시 LPDDR 공정 경험과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공급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연내 고객사 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제2의 'HBM' 시장 개화할까 소캠2가 본격 양산 단계에 접어들면 AI·데이터센터에서 새로운 메모리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소캠을 포함한 글로벌 저전력 D램 시장은 2026~2033년 연평균 8.1%씩 성장해 258억달러(약 35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며 "소캠과 같은 차세대 모듈도 기술 관점에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