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자신 있다던 코스트코, ‘리콜 도미노’에 흔들린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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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자신 있다던 코스트코, ‘리콜 도미노’에 흔들린 신뢰
‘가성비 명품’으로 불리던 코스트코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품질 좋은 상품만 선별해 최저가로 판다’는 코스트코의 큐레이션형 유통 모델이 잇따른 리콜(회수조치) 사태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연합뉴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최근 자체 브랜드(PB)인 ‘커클랜드 시그니처 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 DOCG’ 약 94만병을 긴급 리콜했다.

개봉 전 병이 스스로 터지며 유리 파편이 튀는 사고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와인 사건은 코스트코의 ‘리콜 도미노’의 일부에 불과하다.

9월에는 참치 포케 제품에서 리스테리아균 오염 가능성이 발견돼 3300파운드 규모의 제품이 회수됐다.

10월에는 ‘골든 아일랜드 코리안 바비큐 포크 저키’ 220만파운드가 금속 혼입 위험으로 리콜됐다.

올 상반기에는 보조배터리, 창문형 에어컨, 간편식, 쿨러 등 생활용품과 전자제품에서도 안전 문제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코스트코의 사업 구조 자체가 리콜 충격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월마트나 타깃처럼 수만 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종합 유통사는 개별 리콜이 브랜드 전체 신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코스트코는 유료 멤버십을 기반으로 한정된 SKU(상품 단위)만 엄선해 판매하는 구조다.

“코스트코가 고른 제품 =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단 한 건의 결함도 전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의 강점은 ‘선별된 품질’이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면 곧바로 유료 회원 이탈로 이어진다”며 “리콜 사태가 반복되면 충성 고객층의 균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코스트코의 핵심 경쟁력인 자체 브랜드 ‘커클랜드 시그니처’는 원래 고품질·저가격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리콜 사례 대부분이 커클랜드 제품에서 발생하면서 ‘PB의 품질이 NB(제조사 브랜드)를 능가한다’는 코스트코의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딧’(Reddit)과 X(트위터) 등에서는 “커클랜드 제품이라 더 믿었는데 실망스럽다”, “리콜 소식을 보고 코스트코 와인은 잠시 멀리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미국 리콜 사례는 단지 현지 이슈가 아니라 코스트코의 품질 관리 체계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신호”라며 “PB 상품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 시장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으로 회원 수를 늘려왔다. 그러나 리콜이 잇따르는 순간, 그 믿음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

가성비와 큐레이션으로 대표되던 코스트코가 ‘신뢰의 리테일’이라는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리콜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회복시키는 ‘사후 대응’일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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