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1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5년간 퇴직한 직원을 다시 채용한 건수가 5000건을 넘었다. 매년 1000명 안팎의 퇴직자가 은행으로 ‘컴백’하며, 금융권의 주요 부문에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인력 보충’ 차원이 아니다.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일선 현장의 수요에 맞춰 필요한 인력을 탄력적으로 재고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인사 적체를 불러올 수 있지만, 재고용은 필요한 시점에 즉시 투입이 가능해 조직 효율성과 세대 간 조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특히 시니어 재고용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솔루션부, 소호(SOHO)성공지원센터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에 베테랑 인력을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5년간 재채용된 시니어 규모만 1552명에 달한다.
우리은행도 본부 지원부서와 기업금융(IB) 부문에서 퇴직 인력을 적극 재고용 중이다. 특히 지역 기반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IB부문에서는 베테랑 인력들이 현장 중심의 금융 컨설팅을 수행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매년 정기적으로 퇴직 인력을 재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준법감시 △자금세탁방지(AML) △집단대출 심사 △금융사기 피해구제 △비대면 대출심사 등 고도의 경험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나 자동화 기술이 확산돼도 리스크 관리나 고객 신뢰 구축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며 “시니어의 경험이 조직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시니어 재고용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적자원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로 평가된다.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대신, 필요할 때 숙련된 인력을 다시 불러들이는 ‘경험 순환형 고용’ 모델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청년과 시니어가 공존하는 ‘다세대 금융조직’으로의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고용노동 전문가는 “퇴직자를 단절된 세대로 보는 대신, 경험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인적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은 고령사회가 맞이해야 할 새로운 인사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