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차량을 새롭게 선보이는 해가 될 것입니다. 향후 2∼3년간 순수 전기차뿐 아니라 전동화 기반의 내연기관 차량들도 선보이며 대대적인 신제품 공세를 펼칠 계획입니다. ”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은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미래 전락 컨퍼런스’에서 벤츠의 미래 제품 전략을 상징하는 차량 4종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최신 모델 4종을 준비했는데 그 중 2종은 양산 모델로 조만간 한국 도로에서 만날 수 있고, 나머지 2종은 (아직 판매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벤츠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이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미래 전락 컨퍼런스’에서 신제품 4종을 공개하며 소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곧 판매될 2종 국내 최초 공개 이날 공개된 4종은 △디 올 뉴 일렉트릭 GLC (The all-new electric GLC) △디 올 뉴 일렉트릭 CLA (The all-new electric CLA) △콘셉트 AMG GT XX(CONCEPT AMG GT XX) △비전 V(The Vision V)다.
디 올 뉴 일렉트릭 GLC’는 GLC 모델의 첫번째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으로, 지난 10월 유럽시장에서 먼저 출시됐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GLC는 가장 인기 많은 모델로 한국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5위를 기록한 바 있다”며 “고객이 좋아하는 모델을 이제 전기차로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반영하며 아름다움을 강조했고 안전도 고려해 야간에도 눈에 잘 띈다. 차가 아니라 선언이자 선망”이라고 소개했다. 이 차량에는 인포테인먼트와 자율 주행부터 차량 편의 기능, 충전까지 모든 측면을 통합해 제어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운영체제 ‘MB.OS(Mercedes-Benz Operating System) 슈퍼브레인’이 탑재됐다.
디 올 뉴 일렉트릭 CLA는 벤츠의 자체 개발 운영 체제인 MB.OS(Mercedes-Benz Operating System)를 최초로 탑재한 차량으로,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로 만나볼 수 있다. 벤츠는 이 차량에 대해 “벤츠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차량”이라며 “차량에 탑재된 MBUX 버추얼 어시스턴트 기능은 생성형 AI를 통해 차량과 운전자 간 관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차량 안에서 “헤이, 메르세데스, 블랙홀이 뭐야?”라고 물으면 챗GPT4.0과 마이크로소프트 빙(Microsoft Bing)을 기반으로 AI가 대답해주고 “메르세데스, 오늘 데이트가 있는데 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 있을까” 등 위치와 관련해 물으면 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구글 맵 정보를 이용해 대답해준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이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미래 전락 컨퍼런스’에서 미래 모빌리티 방향과 브랜드의 전략적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벤츠의 미래 전략 모델…콘셉트카, 미니밴 콘셉트 AMG GT XX는 이날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된 4도어 양산형 고성능 스포츠카로,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 8월 24시간 동안 5479km 주행을 포함해 25개의 퍼포먼스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3개의 축방향 자속 모터 및 포뮬러 1에서 영감을 받은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해 고출력과 뛰어난 반복성으로 높은 성능을 보장한다”고 소개했다.
‘비전 V’는 리무진 쇼카로, 넉넉한 공간감과 고유의 품격을 조화시키려는 벤츠의 비전이 담겼다. 뒷좌석의 경우 두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비전 V의 실내는 진정한 마법과 같다”며 “휴식과 재충전이 가능하고 나만의 사적인 노래방, 영화관, 게임 공간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두 차량에 대해 향후 다양한 버전의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오른쪽)과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 코리아 사장이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미래 전락 컨퍼런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한국에 제조 구매 허브 설립” 벤츠도 관세 전쟁 등 세계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 파고를 맞고 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벤츠의 돌파 전략에 대해 “저희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새 차량을 선보이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오랫동안 세계화를 추진하다가 이제는 역내주의로 바뀌고 있어 산업 생산, 양산 시설을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특정 관세 정책 하나 때문에 이런 것들을 대체적으로 손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업계에선 새로운 생산?양산 시설을 구축할 때 5년, 10년 장기적 관점을 갖고 시장을 내다본다”며 “이런 상황에 맞춰서 중장기적인 계획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LG·삼성과 같은 각 분야 최고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내년 1월 1일 아시아 제조 구매 허브를 서울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가진 혁신 생태계는 벤츠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 기술이 탑재되지 않은 벤츠 차량은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는 25년 전 한국과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독일에도 연구개발(R&D)과 구매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지만 현장, 특히 아시아와 한국 시장에서 독일의 엔지니어링 및 구매 부서와 협업하는 허브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칼레니우스 회장은 전날 서울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차례로 만나 미래 모빌리티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전날 회동에 대해 “3년에서 4년 이후의 이야기들을 논의했다”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비밀로 나중에 다시 왔을 때 말하겠다”고 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벤츠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이 벤츠의 럭셔리 차량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랫폼 등을 제공하고 있다.
칼레니우스 회장이 LG·삼성 등 주요 파트너사들과 회동한 뒤 아시아 부품 구매 거점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