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남은 반도체 관세…"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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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남은 반도체 관세…"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

미국이 한국 반도체에 대해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최종 관세율은 정해지지 않았고 협상 문구에는 미국 재량에 달린 해석의 여지가 남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미국과 대만 간 협상이 남아 있고 미국이 지속적인 현지 투자를 압박하려 관세 유예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한미 정상이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통상·안보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합동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한미 양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장비 포함) 관세에서 한국의 반도체 교역 규모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 규모의 교역량을 다루는 향후 협정에서 제시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과의 반도체 교역에서 한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교역 규모를 가진 건 사실상 대만뿐이다. 즉 대만에 최종 적용될 관세율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하겠다는 이야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232조 관세는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의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주요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관세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조건이 명문화된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피하면서 반도체 관세 리스크는 일단 진화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 대비 뒤처지지 않는 조건을 확보했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결국 대만과의 협상에 우리 관세가 걸려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종 관세율이 나올 때까지 아직은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For any Section 232 tariffs imposed on semiconductors (including semiconductor manufacturing equipment), the United States intends to provide terms for such Section 232 tariffs on Korea that are no less favorable than terms that may be offered in a future agreement covering a volume of semiconductor trade at least as large as Korea's, as determined by the United States.

특히 불확실한 협상 문구에 미국이 자의적 해석을 가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다른 국가와의 협상 팩트시트와 달리 '한국과 같은 규모의 반도체 무역량을 포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현재 반도체 1위 국가인 대만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일 테지만, 미국이 판단하기에(as determined by United States) 한국의 교역량 이상의 다른 누구와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대만과의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고, 미국의 재량을 강조한 것"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인 관세율 설정·적용 시점이 미뤄지면서 미국의 반도체 관세 유예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것이 현지 투자 압박을 위한 카드로 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와 한국 메모리의 안정적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메모리에 관세를 과하게 부과하면 미국 기업들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동시에 반도체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원하는 상황이어서 현재도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를 가하더라도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과연 미국이 이런 관세 협상으로 그들이 원하는 (현지 투자) 결과를 얻어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도 관세보다 현지 투자 압박, 그에 수반되는 비용에 따른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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