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양극재 기업들이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 샘플 생산에 착수하면서 이차전지용 황산망간 수입량이 1년 새 5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산이 시작되면 원료인 망간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망간 역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제조용 황산망간은 주로 중국과 벨기에에서 수입된다. 특히 중국산 의존도가 높아졌다. 금액 기준 2022년 28%에서 2024년 63.8%로 높아졌고, 중량 기준으로는 2022년 32%에서 2024년 92%까지 치솟았다. 황산망간 수입 금액은 지난해 10만4000달러(약 1억5275만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9월까지 누적 수입 금액은 516만2000달러로 50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산 의존도가 높아진 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가격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이라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물자원산업협회에 따르면 배터리용 고순도 망간 가격은 2022년 t당 8000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5500달러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 6400달러 수준으로 소폭 올랐다. 협회 관계자는 "가격 변동은 에너지 비용,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 중국 내 생산 정책 영향을 받으며 큰 폭의 변동을 겪었다"며 "최근 배터리 원재료 수요가 회복되고 비중국 생산이 확대되면서 완만히 회복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에선 망간 배터리 상용화 이후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본다. 망간배터리는 중국 기업들의 주력인 LFP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이 의도적으로 망간 수출을 줄이거나 단가를 높게 부를 경우 우리 기업으로선 속수무책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망간은 니켈 대비 경제성이 높지만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다"며 "리튬처럼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망간화합물처럼 특정 지역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입 대체 품목 DB 구축, 공급망 대체처 발굴 헬프(HELP) 데스크 설치, 연 10조원 규모 공급망 안정화 기금 저리 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생산이 어렵거나 공급이 부족한 품목에 대해선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며 "공공 비축을 하거나 리사이클링하는 기술 지원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보조적 수단일 뿐 실질적 경쟁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 제련 공급망 구축 등 근본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의존도를 벗어난 리튬처럼 현지에 제련시설을 두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리튬 수급처를 칠레, 아르헨티나 등으로 다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흑연이나 망간 등 다른 원료에 대해선 여전히 공급망 다변화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평소에는 중국산을 사용하다가 미국 고객사에는 비싸더라도 중국 외 지역의 원료를 활용하는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마다 필요한 원료 순도나 성질이 달라 석탄이나 연탄 모으듯 미리 이차전지 원료를 비축하기도 어려워 여러 제약 속에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은 정부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업 입장에선 정부의 저리 대출이 일반 대출 금리보다 획기적으로 낮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중국은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수입에 대해 무관세 수준으로 혜택을 주고, 일본은 평균 3~5% 관세를 매기지만 한국은 평균 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망간은 중국 외에도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 대체처가 많이 존재한다"며 "정부는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수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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