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보니]깊은 고기향의 묵직한 풍미…돌아온 '우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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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니]깊은 고기향의 묵직한 풍미…돌아온 '우지라면'

수십년간 국내 라면 업계 '금기어'인 우지(소기름)가 돌아왔다. 소비자를 공포로 몰아 넣으며 기업의 명운을 뒤흔든 우지는 '진한 풍미의 상징'으로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한국 최초 라면의 원형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삼양식품의 야심작 '삼양 1963'이다.


1963년 출시된 국내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은 우지를 이용해 면을 튀기면서 특유의 고기 향과 고소한 맛이 났다. 당시 소비자들에게 진한 풍미가 곧 '라면 본연의 향'이었다. 하지만 1989년 '우지 파동'을 겪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비자 불신이 커졌고, 삼양식품은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이후 삼양식품은 1995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무너진 뒤였다. 삼양의 시장점유율은 60%대에서 10%대로 급락했다.



이번에 출시된 '삼양 1963'은 이같은 아픈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한 제품이다. 과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우지는 최근 '고소함'과 '깊은 맛'을 내는 상징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성장하면서 진한 고기 국물을 찾는 소비자층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삼양 1963의 핵심은 1960년대 유탕 방식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삼양은 우지와 팜유를 섞은 '골든블렌드 오일'을 개발해 면을 튀겨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극대화했다. 실제 끓이지 않은 면을 쪼개 한입 먹어보니 은은한 소고기 향과 함께 고소한 맛이 뒤따랐다. 끓는 물에 면을 넣자 기존 삼양라면이나 경쟁사 라면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묵직한 풍미가 주방을 채웠다. 면은 기름기가 과하게 번들거리지 않으면서도 탄탄한 식감을 유지한다. 오래 삶아도 쉽게 퍼지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스프는 액상과 분말의 이중 구조다. 액상 스프는 사골육수 베이스로 우지의 고소함을 깊게 끌어올리며, 분말 스프는 무·대파·청양고추가 들어 있어 기름진 맛을 정리하고 은은한 매운 향을 더한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사골의 농도와 감칠맛이 먼저, 뒤이어 청양고추의 산뜻함이 균형을 잡는다. '진한 곰탕 같은 기본기' 위에 '적당한 얼큰함'을 얹은 형태다. 국밥처럼 시원하게 넘어가 면보다 오히려 밥을 말아 먹는 데 더 어울리는 국물이다.



삼양 1963의 영양 성분만 봐도 짠맛보다 고기 풍미를 강화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단백질·지방이 다소 늘어난 만큼 더 묵직하고 풍성한 맛을 낸다. 열량은 기존 삼양라면(515㎉)보다 약간 높은 530㎉, 지방은 16g에서 19g, 단백질은 9g에서 10g으로 늘었다. 나트륨은 1820㎎에서 1740㎎으로 약 4% 줄었다.


삼양식품이 겨냥한 소비층은 명확하다. 1960~70년대 라면을 기억하는 5070세대다. 우지는 그들의 세대적 미각 기억과 직결된 재료다. 진한 고기 국물의 깊이를 선호하는 젊은 미식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호소력 있다.


가격은 대형마트 4개입 기준 6150원. 한 봉지에 약 1538원꼴로 개당 736원 정도인 기존 삼양라면보다 2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이나 농심 '신라면 더 블랙' 등 기존 프리미엄 제품군과 가격대가 비슷하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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