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저가배터리 온다]①美 완성차 공급 임박…망간 배터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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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저가배터리 온다]①美 완성차 공급 임박…망간 배터리 뜬다

중국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항할 '한국형 저가 배터리' 양산이 임박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망간을 활용한 국산 양극재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LMR 배터리는 정부 지원과 배터리 업계가 의기투합해 10여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나왔다. 삼원계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내세웠다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LMR 기술 확보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관련 소재사인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LG화학 등은 올해 초부터 분기마다 1t 이상의 LMR 양극재 샘플을 생산해 미국 GM과 포드에 공급하며 최종 평가 단계에 들어갔다. GM 및 포드 관계자들은 국내 생산시설을 직접 방문해 기술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면서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수요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저렴한 고성능 배터리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배터리소재사 고위 관계자는 "OEM(생산을 주문하는 완성차 기업)에서 제시한 조건으로 양산에 성공했다"며 "이르면 내년 초 OEM의 LMR 양극재 선택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OEM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따른 금지외국기관(PFE) 규제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정책으로 중국의 LFP를 대체할 저렴하고 성능 좋은 소재를 찾아 나섰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2028년 미국 내에서 LMR 기반 각형 배터리 셀을 상업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드는 2030년에 LMR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고망간 배터리는 리튬과 망간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전지로 기존 하이니켈 계열과 LFP 배터리의 장점을 절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삼원계 배터리인 NCM에서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고, 저렴하고 자원 공급망도 안정적인 망간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리튬 회수율이 높아 재활용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비교적 충전 속도가 느리고 수명이 짧다는 약점도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오랜 과제로 꼽혀 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10~15년 전 학계 연구에서 시작한 것이 드디어 숙제가 풀린 것"이라며 "3년 전에만 해도 포기하는 분위기였지만 연구원들과 수많은 실험 끝에 양산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망간 배터리의 대표적인 양극재인 LMR은 에너지 밀도를 올리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LFP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MR 양극재를 활용하면 LFP보다 약 33%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어 더 큰 용량 구현이 가능하다. 또 LFP 배터리의 거래 가격은 kWh당 60~80달러로, kWh당 80~90달러 수준인 LMR과 큰 차이가 없다.


그간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고성능 하이니켈 연구개발에 힘써왔으나 전 세계적으로 저가형 배터리인 중국의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뒤늦게 LFP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망간 비율을 기존 10%에서 45% 이상으로 끌어올린 미드망간 배터리와 고망간 배터리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리튬원료를 하이드록사이드(수산화리튬)보다 저렴한 카보네이트(탄산리튬)로 사용 가능해 배터리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


중국은 이미 LFP 생산 라인이 대규모로 설치돼 있어 저가형 제품에선 LFP로 승부를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삼원계 배터리 생산 라인을 갖춘 경우가 많은데, LMR 양극재 배터리는 이 라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중국보다 LMR 양극재 생산에 유리한 환경이다. LFP 라인을 새로 수립하고 있는 엘앤에프는 총 3382억원을 투입해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 6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양극재를 생산하기 위해선 새로운 라인을 깔아야 하지만 LMR 양극재는 NCM 같은 삼원계 배터리와 소성 및 도핑, 코팅 과정뿐만 아니라 양극재 결정 분쇄 과정, 산소·질소 투입 시점, 온도 등 모든 부분에서 삼원계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움직임도 시작됐다. 산업통상부는 내년 수백억원 규모의 고망간 양극재 연구개발을 위한 신규 국책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하이망간리튬이온 이차전지 핵심 소재 및 셀 제조 기술 개발'을 명목으로 5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LFP 배터리와 경쟁할 수 있는 저가형 배터리를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내년 50억원을 시작으로 사업 규모에 맞는 예산안을 매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LFP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도 개발에 나섰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늦은 건 사실"이라며 "LMR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강했던 삼원계 공장 라인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중국에 맞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용뿐만 아니라 앞으로 로봇이나 드론 등 저렴한 고성능 배터리 수요처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LMR 배터리 개발에 선제 투자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양극재 양산이 곧바로 전기차 배터리의 탄생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배터리의 주요 성질을 결정하는 양극재의 개발은 신규 케미스트리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추후 셀 완성 과정은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양극재가 잘 개발됐다면 음극재나 전해질 개발 과정이나 셀 완성까지는 크게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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