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바' 6위에 오른 '바 참(Bar Cham)'의 공동 오너 바텐더 윤영휘 대표는 지난 6~8일 열린 '제17회 홍콩 국제 와인&스피릿 박람회(Hong Kong International Wine & Spirits Fair)'의 부대행사 '믹솔로지 파티' 초청 무대에 섰다. 한국 대표로 선정된 그는 현장에서 "세제 합리화와 교류 확대가 한국 주류 산업의 다음 도약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50 베스트 바는 영국의 식음료·호스피탈리티 전문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윌리엄 리드(William Reed)가 주최·선정하는 주류업계 최고 권위의 어워드 중 하나다. 아시아 지역 내 최고의 바와 바텐더 문화 등을 평가하며 바·주류 산업의 경쟁력 지표로 작용한다.

윤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칵테일 '비터맨(Beeterman)'을 선보였다. '꿀(Bee)'과 '쌉싸름함(Bitter)'을 더해 만든 이름이다. 비터맨은 한국산 진 '정원'과 스카치위스키를 베이스로 김포산 아카시아꿀 발효주, 홉, 레몬, 비터 등을 조합해 만들었다. 그는 "해외에서도 한국 재료의 향과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 잔의 칵테일에 한국의 감각을 담아내는 것이 바 참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바 참은 2018년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옥을 개조해 문을 연 공간이다. 이름처럼 참나무 소재 인테리어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려한 간판도 없고, 입구를 숨긴 스피크이지바도 아니다.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열린 바'가 콘셉트다. 윤 대표는 "한옥에서 한국 재료로 만든 칵테일을 마시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된다"며 "그 경험을 세계로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관광학을 전공한 뒤 2014년 싱가포르 풀러턴 베이 호텔에서 바텐더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찰스H(Charles H.)'에서 6년간 근무하며 세계적 호텔 바 시스템을 익혔고, 2021년부터 바 참에 합류해 지난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아시아 50 베스트 바 20위에 올랐던 바 참은 올해 6위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바 참 외에도 국내 업장 세 곳이 50위 안에 들었다.
그는 한국 바의 성장 요인을 '세대의 연속성'으로 설명했다. 윤 대표는 "선배 세대가 세계와 연결을 만들었고, 후배 세대가 국제대회와 협업을 통해 그 문을 넓혔다"고 말했다. 세대가 쌓아온 교류의 결과로 이제 세계가 한국의 감도와 세련된 손맛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 이면에는 과제도 여전하다. 윤 대표는 가장 먼저 주세(酒稅) 체계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주세 부담이 굉장히 크다"며 "위스키 같은 증류주에 대한 세율이 높기 때문에 칵테일 가격이 비싸지고, 소비자 접근성도 떨어진다"고 짚었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증류주에 72%의 주세가 붙고, 여기에 주세의 30% 교육세, 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진다. 그는 "바에서 사용하는 재료 대부분이 수입 주류인데, 높은 세금 부담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바가 사치로 느껴지고, 업계는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며 술을 단순한 사치재가 아니라 문화 소비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언어의 벽을 또 다른 걸림돌로 짚었다. 그는 "한국 바텐더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 수준이지만 언어가 막히면 협업도 교류도 제한된다"며 "결국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남기려면 외국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가 최근 주목하는 트렌드는 '지역성'이다. 그는 "각 나라의 식문화와 발효 기술을 음료 언어로 해석하는 시대"라며 "한국은 발효 유산이 강한 만큼 이런 재료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면 세계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적인 재료로 세계적인 경험을 만든다'는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바 참은 소주, 막걸리뿐 아니라 지역 명인의 전통주, 꿀, 한방 재료까지 칵테일로 재해석한다. 한 잔의 술이 한 지역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술을 마시는 행위보다 그 순간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며 "손님이 한 잔의 술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시간이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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