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우린 혁신한다"…다이슨 창업자, 베를린 깜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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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 우린 혁신한다"…다이슨 창업자, 베를린 깜짝 등장

'무선청소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다이슨의 창업자 겸 수석 엔지니어 제임스 다이슨 경이 독일 시내에 깜짝 등장했다. 다이슨 경은 유럽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라인업을 직접 소개하며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모방은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좁힌다"고 일갈했다. 한국·중국 등 경쟁사의 추격과 가격 논란에 대해 '기술 혁신'이라는 답으로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다이슨 경은 4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다이슨 데모 전시장에서 전세계 소수의 미디어를 대상으로 프라이빗 간담회를 열고 신제품 11종을 직접 공개했다. 먼저 스크린에서 BMW의 빈티지 미니 차량이 주행하는 장면이 송출됐고 이내 간담회가 열리는 다이슨 매장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다이슨 경은 직접 '다이슨 펜슬백' 청소기를 들고 매장으로 입장했다.


그의 연출된 등장에는 '뼈 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미니의 창시자 알렉스 이시고니스 경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차량의 내부를 완전히 새롭게 바꾼 인물로 평가된다. 미니는 가로형 엔진으로 앞바퀴를 구동하는 최초의 차량이었고, 길이를 줄이면서도 실내 공간을 키웠다.


즉, 디자인과 기술을 뒤바꾸는 혁신적인 도전 정신이 바로 다이슨이 지향하는 바라는 의미를 보여준 것이다. 5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국제가전박람회(IFA) 2025'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행사가 진행되는 도시에서 이 같은 쇼케이스를 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이슨은 무선청소기·에어랩 등 제품들로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 등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지만, 애프터서비스(A/S) 문제나 높은 가격에 대한 논란에 직면했다. 가격 문제는 경쟁사의 빠른 추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다이슨 경은 "다이슨은 복제품, 모조품, 혹은 품질이 낮거나 단순히 저렴한 버전 등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브랜드 중 하나"라며 "모방하는 사람들은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등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칠 뿐이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진정한 서비스를 제공하진 못한다"고 꼬집었다.


여러 논란에도 기술 혁신과 새로운 연구를 통해 '제값 하는' 제품들로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는 "모터와 여러 부품을 소형화하고 새로운 폼팩터를 구현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개발 작업을 주행하는 주체는 다이슨"이라며 "이것이 다이슨의 가격이 여전히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이슨 경은 이날 '독점 행사'에서 청소기·공기청정기·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친 신제품 11종을 대거 공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다이슨 펜슬백 플러피콘 무선청소기, 다이슨 V16 피스톤 애니멀, 에어랩 코안다 2X 멀티 스타일러 앤 드라이어 등 6종은 이미 올해 4~8월에 걸쳐 한국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었다. 그만큼 다이슨에 한국 시장이 주요한 권역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다이슨 펜슬백 플러피콘 무선청소기'는 한손에 쥐기 최적화된 크기인 지름 38㎜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청소기를 구현했다. 이 청소기에 탑재된 새로운 하이퍼미디엄 모터는 직경 28㎜, 분당 14만회 회전으로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다이슨에서 가장 강력한 무선청소기'라는 타이틀을 가진 '다이슨 V16 피스톤 애니멀'은 부스트 모드를 작동할 때 5개의 추가 사이클론이 흡입력을 키운다.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로봇청소기 시장에도 신제품을 꺼냈다. 다이슨 스팟앤스크럽 AI 로봇청소기는 건식·습식 청소를 모두 지원하는 차세대 청소기로, 인공지능 기술이 숨어 있는 얼룩과 오염을 감지한다. 청소 전후 이미지를 비교해 오염이 사라질 때까지 동일한 구간을 반복해서 정밀하게 청소한다. 다이슨 경은 "다이슨의 많은 엔지니어는 1990년대부터 로봇청소기를 개발했고, 2001년 첫 번째 모델을 선보인 뒤로 기술을 계속 발전시켰다"며 "우리는 이제 첨단 AI를 활용한 로봇을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다이슨 경은 신제품 출시가 늦어진다는 비판에도 '기술 혁신'이란 답을 내놨다. 그는 "그간 디자인, 엔지니어링, 최첨단 연구를 통해 제품의 형식을 새롭게 정의해왔다"며 "새로운 모터나 히터, 분리 시스템, 공기역학 기술을 개발하며 제품의 형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동시에 성능까지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베를린(독일)=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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