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59세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알아보니 13년 전 가입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년 은퇴를 앞두고 생활비 걱정이 컸던 김씨는 해당 소식을 듣고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작은 금액이라도 당장 노후에 쓰는 게 맞다는 생각이 크다"며 "더 늦게 신청할수록 금액이 많아진다는데,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사망보험금을 살아 있는 동안 현금으로 바꿔 쓰는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새로운 노후 대비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균적으로 월 6만원 남짓한 작은 금액이지만 유산보다 생전 소비를 택하는 현실적 선택이 확산하고 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준비해온 사업으로,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상품에 대해 칭찬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전체 생명보험사 확대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한화·교보생명·신한·KB라이프 등 5대 생명보험사가 우선 출시했다. 사실상 초기 단계임에도 시장 반응은 빠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출시된 유동화 서비스는 5영업일 만에 478건이 접수됐다. 당국과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동화 대상은 75만9000건, 가입금액은 35조4000억원이다.
다만 김씨처럼 실제 가입자들이 체감하는 금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예를 들어 40세 여성이 1억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90%를 유동화할 경우, 55세부터 월평균 12만7000원을 수령할 수 있다. 유동화 개시 시점별 월평균 수령액은 △65세 시작시 18만9000원 △70세 22만2000원 △75세 25만3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평균 가입금액(4664만원)을 고려하면 실제 수령액은 월 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유동화 비율이 높아질수록 사망 시 유족에게 남는 보험금은 줄어, 평균 466만원 수준에 그친다.
고령층 전용 제도인 만큼 현재는 대면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유동화로 연금을 받다가 필요할 경우 중단·조기 종료 후 재신청도 가능하다. 현재는 1년 치를 한 번에 받는 '연 지급형'으로만 운영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월 지급형 연금과 서비스형 유동화 모델(요양·헬스케어 연계형)의 준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예상보다 큰 인기를 얻으면서,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를 선제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소비자 주의도 당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일선 보험 영업 현장에서 과거 고이율 상품 사례를 내세워 신규 고객을 유도하거나, 고수익 상품처럼 과장 홍보하지 말 것을 각 보험사에 지시했다. 월 2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일부 사례는 대부분 과거 고금리 시절 계약자에 한정된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은퇴 이후 생활비나 의료비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각자의 상황에 맞춘 합리적 선택이 이어진다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이서영 기자 2s0@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