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께 나올 삼성전자 인사를 두고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실적과 신뢰를 모두 복원해낸 메모리 사업에서의 공로가 크고 최근 정현호 부회장 용퇴로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평가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비어있는 메모리사업부장을 이번 인사에서 채우지 않고 전 부문장이 겸임하고 있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온다.
전 부문장은 지난해 11월부터 DS 전체 사업을 총괄하면서 메모리사업부장도 겸임하고 있다. 당시 위기에 놓인 메모리사업부를 부문장 직할 체제로 두면서 기술 이해도와 감각을 모두 갖춘 전 부문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놓은 '특명'과 같았다. 그 결과 삼성전자 메모리는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나아진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해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는 '모험수'를 두기보단 전 부문장에게 맡기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DS 조직 내에서도 전 부문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신뢰가 매우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전 부문장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회사의 D램 설계를 전면 개편하고 어려움을 겪던 HBM에서 활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근 매출과 점유율 등 지표에서 눈에 띄는 성과들이 나타난 점도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받은 지 2년 만에 '큰손'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공급을 확정했고 차세대인 HBM4도 내년 2분기에 양산과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DS는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7조원을 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전 분기 대비 25% 증가한 194억달러(약 27조6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SK하이닉스(24조9600억원)에 내줬던 1위 자리를 1개 분기 만에 되찾았다.
지난 7일 단행된 사장단 인사도 전 부문장의 입지 확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임시조직으로 운영되던 사업지원TF를 8년 만에 사업지원실로 바꾸고 박학규 사장을 실장으로 선임했다. 박 사장은 DS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 모두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해 두 곳에서 돌아가고 있는 사업의 사정을 잘 아는 인물로 손꼽힌다. 회사 안팎에선 전략통이란 평가도 받는다. 박 사장이 전략 부분을 살피고 현장에선 전 부문장이 기술 개발과 생산을 직접 챙기는 구도가 자리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으론 전 부문장이 연구와 개발에 필요로 하는 비용과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요구되는 예산 등을 과감히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R&D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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