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올해 상반기 2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1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내수 부진 여파로 우유 제품이 덜 팔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낙농가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같은 기간 경쟁사 매일유업은 흑자 방어에 성공했고, 매출까지 늘리며 서울우유를 바짝 추격하고 나서면서 업계 1위가 바뀔지 주목된다.
4일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상반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우유의 연결 기준 영업수익(매출)은 1조3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7억원)보다 350억원 줄었다. 영업이익은 243억원에서 91억원으로 62%나 급감했다. 지난해 2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서울우유는 올 상반기 211억원의 당기순적자를 냈다.
경제사업 매출은 989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31억원)보다 338억원 줄었다. 서울우유가 직접 생산하는 우유·가공유·치즈 등 제품 매출이 7738억원에서 7342억원으로 396억원 감소했다. 상품(사입) 매출은 2449억원에서 2497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규모가 작아 방어 효과는 거의 없었다.
흰우유 소비 줄고… 두유·아몬드·귀리 대체음료 확산
소비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20년 83.9㎏에서 지난해 76.0㎏으로 떨어졌다. 흰우유 소비량은 2020년 26.3㎏에서 지난해 25.3㎏으로, 유제품 소비 전체도 83.9㎏에서 76㎏으로 감소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우유 소비 인구가 줄고 의무급식 축소, 두유·아몬드·귀리 등 대체 음료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내년부터 한·EU FTA에 따른 유제품 무관세가 본격화되면 수입품 공세로 경영환경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재고도 불어났다. 서울우유의 총 재고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1260억원에서 올해 1653억원으로 31%(393억원) 늘었다. 제품 재고는 502억원에서 910억원으로 81%(408억원) 급증했다. 상품 재고도 117억원에서 158억원으로 늘었다. 원재료인 가공재료는 12% 줄었다. 생산은 이어졌는데 판매가 따라주지 못한 탓에 창고에 완제품만 쌓인 것이다. 실제 매출총이익률은 16.6%에서 15.4%로 하락했다.

서울우유는 매출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이 기간 판매관리비를 전년보다 26억원 줄였다. 판매경비는 1113억원에서 1084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 등 대형 유통업체 대금 지연과 맞물려 대손상각비 16억원이 새로 반영됐다. 거래처 매출채권 회수가 불가능해 비용으로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협동조합의 지출 구조도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우유가 지급한 올해 상반기 교육지원사업순비는 334억원으로, 영업이익(91억 원)의 무려 3.6배에 달한다. 조합원이 운영하는 목장의 환경개선, 개량사업 등에 지원하는 비용으로, 지난해에도 영업이익(243억 원)보다 교육지원사업 비용(371억 원)이 더 많았다. 사실상 본업에서 번 돈 대부분이 조합원 지원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교육사업지원비는 2019년 490억원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630억원까지 불어났다. 서울우유는 2023년 상반기에도 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는데, 이는 자산 매각이 한몫했다. 당시 380억원 규모의 자산 처분으로 영업외수익이 442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관련 이익이 거의 사라지면서 영업외수익이 49억원에 그쳤다. 서울우유는 올해도 경인낙농기술센터 부동산(감정가 150억원)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부진한 실적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 고정이하여신과 부실여신도 늘었난 것이다. 6월 말 기준 총 여신은 1조7269억원이다. 이 중 상호금융 대출에서 회수 불확실성이 커진 '고정이하여신'이 2173억원에서 2345억원으로 늘었고,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분류되는 '부실여신'도 336억원에서 394억원으로 증가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0.27%로 떨어졌고, 순자본비율 역시 21.5%에서 18.8%로 낮아졌다.
변화 없으면 2등으로 밀린다

반면매일유업은 같은 환경에서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9168억 원으로 전년 동기(8894억 원)보다 늘었고, 영업이익은 다소 줄었지만 254억원을 기록해 서울우유(91억 원)의 세 배 가까운 수준을 유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48억원으로 전년(260억 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매일유업이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업 다각화와 프리미엄 전략이 있다. 회사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유가공 부문에서는 락토프리('소화가 잘되는 우유'), 유기농 '상하목장', 고단백 그릭요거트 등 고부가 제품을 늘려 총이익률을 개선했다. 분유·영유아식, 단백질 보충제, RTD(Ready to Drink) 커피 '바리스타룰스', 식물성 단백질 음료, 수입 브랜드 사업 등으로 매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우유 시장 정체를 B2B(카페·베이커리 공급)와 이커머스 채널 확대가 보완했다.
지난해 적자였던 남양유업도 올 상반기 흑자전환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억원, 2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4477억원으로 전년(478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남아시아 등 주요 수출국에서 분유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데다 외식프랜차이즈 백미당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서다. 남양유업은 락토프리, 고단백, 저지방, 저당 제품군 등 기능성과 프리미엄을 접목한 신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일유업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유지하는 사이 서울우유만 본업 부진과 일회성 효과 소멸에 흔들리고 있다"며 "서울우유가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면 업계 2위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