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혜진 기자 “개인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팀 승리를 원했다. ”
혼신의 117구였다. 어떻게 해서든 팀에 승리를 안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가히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라 할 만했다. 상대 선수들조차 혀를 내둘렀을 정도. 전체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23개를 홀로 책임졌다. 최종 기록은 7⅔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1자책).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 붓고도 웃지 못했다. 불펜진 방화로 경기가 뒤집혔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선 우완 투수 라이언 와이스(한화)다.
‘코리안 드림’을 완성했다. 와이스는 지난 시즌 중반 단기 대체 외인으로 처음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리카르도 산체스의 공백을 메웠다. 기대 이상의 활약(16경기 5승5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정식 계약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한층 더 묵직한 구위로 리그를 호령했다. 30경기 178⅔이닝서 16승5패 평균자책점 2.87을 마크, 코디 폰세와 함께 최강 원투펀치로 평가받았다. 한화가 정규리그 2위 자격으로 가을야구를 진출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큰 경기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서 고전(4이닝 5실점)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PO 5차전서 구원으로 나서 4이닝 1실점으로 막았다. 그리고 KS서 날아올랐다. 책임감과 헌신도 엿보였다. KS 4차전 당시 7회까지 이미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상태였지만 멈추지 않았다. 8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엔 벤치를 향해 ‘더 던지겠다’는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와이스는 “8회를 (내 손으로) 막고 싶었다”고 밝혔다.
애석하게도 와이스의 간절함은 통하지 않았다. 와이스는 3-0으로 앞선 8회 2사 2루서 바통을 넘겼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9회에만 6실점하며 흔들렸다. 최선을 다하고도 아쉬움을 토로한 이유다. 와이스는 “포스트시즌(PS) 목표는 당연히 이기는 것인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승리다. 패했기 때문에 개인이 잘 던졌든 그렇지 못했든 만족할 수 없다. 나뿐만 아니라 팀원 전체가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팀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 5차전 선발투수로 문동주가 출격한다. 시리즈 전적 1승3패. 벼랑 끝에서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았다. 와이스는 “4차전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동안 얘기를 나눴다. 내용은 우리끼리만 간직하려 한다”며 “워낙 유능하고 재능 있는 투수기 때문에 잘해줄 거라 믿고 있다”고 끄덕였다. 이어 “한 번만 더 지면 끝이다. 일단 집중해서 이긴 뒤 다음 6차전, 7차전을 생각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이어가던 와이스. 그를 웃게 한 것은 가족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던 그날은 사실 와이스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가족들이 현장으로 달려와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와이스는 “가족은 내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혼기념일은 특별했던 것 같다. 만약 이겼다면, 와이프와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많이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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