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초심으로 돌아가 삼성의 근원적 기술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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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초심으로 돌아가 삼성의 근원적 기술력 회복"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은 31일 "초심으로 돌아가 기술의 본질과 품질의 완성도에 집중해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을 공식화했는데, 기술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부회장은 이날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금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변화를 뒤따르는 기업이 아니라 인공지능(AI) 혁신을 이끌어가는 기업이 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삼성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으로 'AI 드리븐 컴퍼니'를 제시했다.


전 부회장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 발언은 지난해 창립기념식에서 내놨던 내용과 온도차가 있다. 그는 당시 한종희 부회장과의 공동 기념사에서 "일하는 방식부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까지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부활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3분기 회사 전체 영업이익(12조1661억원) 중 절반이 넘는 7조원을 반도체가 차지했고 2년 만에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 부회장은 부문장 취임 1년5개월 만에 세계 시장에서 보여줬던 삼성 반도체의 기술력, 입지 등을 회복하고 새로운 활로까지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5월 취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기성찰과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진단이었다. 전 부회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자사의 반도체 사업이 직면한 위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2023년 반도체 부문은 회사 설립 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부동의 1위 메모리 사업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선두(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시스템LSI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거침없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 내부로는 "우선 하던 것부터 제대로 잘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삼성 반도체를 세계 최고 자리에까지 올린 원동력이었던 D램을 손보려 했다. 시장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당면과제였으나, HBM이 D램을 쌓아 올려서 만드는 제품이란 점을 고려하면 결국 D램을 살리면 HBM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 DS 부문은 기존에 고수해 오던 D램 설계방식을 전면 초기화했다. D램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방향에 맞춰 다시 설계했다. 전 부회장은 D램이 새로 개발될 때마다 그 샘플을 들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현지 경영진에 제품을 소개하는 영업도 자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10나노(nm, 10억분의 1m)급 5세대인 1b 설계로 만들어진 D램 샘플을 갖고 한번, 지난 5월 10나노급 6세대 1c 설계로 개발한 D램 샘플을 갖고서 또 한 번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했다.



파운드리도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AI 칩 생산 주문을 받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HBM 등 메모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전 부회장의 사정에 따라, 파운드리의 지휘봉은 사실상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에 맡겨졌지만, 전체적인 운영과 방향 설정에 대해 총괄 지휘한 전 부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AI라는 목표점을 분명히 하면서 "최고의 기술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다. 전 부회장은 "AI는 이미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 고유의 기술력과 AI 역량을 본격 융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적극 활용해 고객들의 니즈와 관련 생태계를 혁신하는 'AI 드리븐 컴퍼니'로 도약하자"고 밝혔다.


이날 창립 기념식은 경영진과 임직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근속상 및 모범상 시상, 축하공연, 창립기념사, 기념영상 시청 순으로 진행됐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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