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잡은 삼성전자, 메모리·비메모리 쌍두마차 명예회복

글자 크기
'큰손' 잡은 삼성전자, 메모리·비메모리 쌍두마차 명예회복

삼성전자가 그간 높아 보이기만 했던 엔비디아의 벽을 허물며,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 단위로 새로운 인공지능(AI) 칩을 내놓는 '큰손' 엔비디아를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메모리 사업도 큰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퀄테스트(품질검증)를 통해 엔비디아에 기술에 대한 확신을 주고 제품 공급 승인을 받기까진 약 2년이 걸렸다. HBM 개발에선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게 출발한 삼성전자는 2023년 엔비디아에 HBM3, HBM3E 제품을 보내고 퀄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업계 최초로 36기가바이트(GB) 용량의 HBM3E 12단 제품에 개발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보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HBM들은 수율과 발열에서 결함을 드러내며 엔비디아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기술자 출신 전영현 부회장에게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7월 HBM 전담팀을 신설하고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공을 들였다. HBM을 만드는 기반이 되는 D램의 설계 방식 등을 전면 새로 구축하는 '분골쇄신'의 고통도 감수했다. 전 부회장은 이후 회사가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만든 D램, HBM 샘플을 갖고 지난해 연말부터 수시로 엔비디아를 찾아 경영진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2년간의 품질검증과 협력 확대 노력 끝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DS)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뒀다. DS 부문 매출은 33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7조원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이 동시에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메모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상승과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비메모리는 그동안 약 2조원에 달하던 분기 적자 폭을 줄이며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회복하며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두고 "DS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과 HBM 출하 확대가 영업이익 개선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전 분기보다 약 1조5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은 HBM3E 엔비디아에 공급에 더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호황 흐름까지 맞물리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의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이에 따라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스마트폰과 PC, 데이터센터 서버 등 주요 기기의 메모리 교체 주기가 동시에 도래한 점도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시장은 초과수요 국면에 진입했다. 업계는 이러한 시장 환경이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출 194억달러로 SK하이닉스(175억달러)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D램 점유율도 34%로 SK하이닉스(35%)와의 격차를 1%포인트로 좁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도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주문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인 AI5·AI6 생산에 참여해 약 23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애플에는 아이폰용 이미지센서(CIS)를 공급 중이다. 2나노 공정으로 개발한 엑시노스 2600은 내년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파운드리 수주는 그 이면에 TSMC의 독점을 견제하고자 하는 고객사들의 의도가 밑바탕에 있긴 했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계약을 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최근 삼성 파운드리의 생산능력에 진전이 있고 이에 대한 어느 정도 믿음도 있었기 때문에 계약 성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