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달러 중심의 통화 질서가 약화되고, 세계 금융체계가 다극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2025 FKI-PIIE-OECD 국제컨퍼런스'를 열었다.
본 세션에 앞서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가 자신의 최근 저서 제목이기도 한 '달러 이후의 질서(Our Dollar, Your Problem)'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로고프 교수는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달러 패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은 더욱 다극화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설 후 이어진 로고프 교수와 모리스 옵스펠드(Maurice Obstfeld) PIIE 선임연구위원과의 대담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 화폐 정책과 AI 주도 경제성장 정책이 금융시장 및 거시경제 안정성에 미칠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에 대해서 논의했다.
로고프 교수의 발언은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보호무역 강화가 달러의 신뢰도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금융질서의 균형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이 각국의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유로화, 위안화, 디지털 통화 등 대체 결제수단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일 기축통화 중심 체제가 점차 분산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 무역 질서, 인공지능(AI) 경쟁, 금융 리스크 대응 등 세계 경제질서 재편의 주요 쟁점이 집중 논의됐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와 '리쇼어링' 기조를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강화 흐름을 분석하며 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교역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는 디지털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아시아 무역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제시하며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무역비용 절감이 한국 경제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마틴 쵸르젬파 PIIE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AI 응용 분야의 기회를 확대하되, 양국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OECD 무역정책국 존 드럼몬드 국장과 하비에르 로페즈 곤살레스 선임분석관은 AI가 무역의 대상뿐 아니라 방식까지 바꾸고 있으며,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이 무역 촉진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또 금융 분절화 확산으로 국제공조 약화가 우려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모리스 옵스펠드 PIIE 선임연구위원은 안보와 주권 논리 강화로 자본 이동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흐름이 달러 중심 체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물가와 환율 변동에 대응할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하지 않도록 시스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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