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유럽·캐나다·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금융의 효율적 자본 배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은행 영업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했으며 이후 현장에서 실제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적 금융' 확산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선진국의 생산적 금융은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금융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고 은행들은 증권화 거래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을 활용해 생산적 분야에 투자하는 추세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됐던 대형 은행의 자본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며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이후 은행에 부과됐던 각종 자본 규제를 풀어줬고, 올해 연방준비제도(Fed)도 대형 은행에 적용하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기준을 수정해 은행 및 자회사의 자본금 부담을 낮췄다. 이 같은 규제 완화로 미국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부담이 최대 14% 줄고 대출 및 자본시장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자산운용 여력은 약 2조6000억달러(37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은 미국의 핵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억달러(약 2160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JP모건은 국방·항공우주, 첨단기술(AI·양자컴퓨팅 등), 에너지 기술(배터리 등), 공급망·첨단제조 등 4개 핵심 산업에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향후 10년간 중요 산업 분야의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당초 약 1조달러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규모를 50% 늘렸다. JP모건은 투자 대상 기업들이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둘 것이라고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미국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제품·제조 부문에서 신뢰할 수 없는 공급원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현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미국은 더 빠른 속도와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캐나다·일본, 정책금융 중심의 '생산적 자금 흐름'
유럽은 정책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민간 금융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정책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은 2023년 5개 회원국과 함께 후기 성장 단계의 첨단 기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모태펀드 '유럽 기술챔피언 이니셔티브(ETC)'를 출범했다. 이후 EIB는 작년 10월까지 8개 펀드에 20억유로(3조3400억원)를 지원했고, 이를 통해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총 100억유로(17조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영국은 지난 5월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를 통해 자국 전력망 개선을 위해 에너지 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에 6억파운드(1조1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들도 동참해 총 13억5000만파운드(2조6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최근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에 착수한 가운데 몬트리올은행(BMO), 캐나다왕립은행(RBC) 등도 자금조달 의사를 표명했다.
일본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담보가 부족하고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회사 형태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의 금융감독기관인 금융청은 지역 금융기관의 생산적 금융 확대와 금융중개기능 강화를 위해 감독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금융청은 자산건전성 위주로 진행되던 기존 검사 방식을 간소화하고 수익성뿐 아니라 지역경제 기여도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는 생산적 금융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 완화 조치의 일환이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는 경제 활력 제고에 더해 부동산 자금 쏠림에 따른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다"며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 흐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정책적 유인과 은행권의 자율적 노력 병행이 요구되며 금융안정과 경제성장 간 균형 모색이 중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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