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합종연횡] 지마켓-알리 연합, 쿠팡 독주 견제 나섰지만 '데이터 벽'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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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합종연횡] 지마켓-알리 연합, 쿠팡 독주 견제 나섰지만 '데이터 벽'은 여전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 지마켓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지마켓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 지마켓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지마켓]
신세계그룹의 지마켓(G마켓·옥션)이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와 손잡고 쿠팡이 주도하는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합작법인(JV) 승인 조건으로 내건 '소비자 데이터 공유 금지' 조항이 사업 확장 속도를 제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 지마켓 대표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에서 "지마켓의 새 비전은 글로벌-로컬 마켓(Global-Local Market)"이라며 "국내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이라는 두 축을 통해 5년 안에 거래액을 지금의 두 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마켓은 이를 위해 셀러(판매자) 지원에 연간 5000억원을 투입한다. 장 대표는 "판매자 수익에 부담이 됐던 할인 쿠폰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고, 중소 신규 셀러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하 및 마케팅 지원 정책을 곧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마켓은 알리바바 계열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LAZADA)와 연동을 마치고 상품 동기화 작업에 들어갔다. JV의 첫 협업 성과다. 장 대표는 "향후 5년 내 200개 이상 국가에서 상품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거래액과 수억 명 규모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 투자도 강화한다. 지마켓은 AI(인공지능) 기술 활용에 연간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단순 리모델링이 아닌 ‘플랫폼 재건축’ 수준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고객들이 ‘달라진 지마켓’을 즉시 체감할 수 있도록 고객 대상 프로모션에 연 1000억 원을 쓴다. 내년에만 셀러 지원 5000억원, AI 기술 활용 1000억원, 프로모션 1000억원 등 7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협력이 쿠팡 독주를 흔들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소비자 데이터 공유 금지’ 조건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지마켓은 20년 이상 사업을 이어오며 5000만 명이 넘는 회원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200여개국에서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이 데이터를 결합할 수 없게 돼 데이터 기반 시너지 창출이 사실상 제한된 셈이다.  

공정위는 두 플랫폼이 소비자 데이터를 공유할 경우 ‘네트워크 효과’가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이용자 수가 늘면 판매자 유입이 증가하고, 다시 이용자 수가 확대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공정위는 이 구조가 강화될 경우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거의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과 경쟁하려면 ‘빠른 배송’ 인프라가 필수인데,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아직 해당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양사의 강점이 초저가 중국산 상품인데, 공정위 결정으로 소비자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이 어려워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개인정보 이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이용자는 알리바바가 참여하는 구조상 개인정보가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김정우 지마켓 PX본부장은 "합작법인 출범 이후에도 지마켓 고객 개인정보는 독립적으로 관리된다"며 "AI 학습용 데이터 역시 지마켓이 운영하는 독립 클라우드에 보관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홍승완 기자 veryh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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