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 질환을 겪은 환자들의 99% 이상이 발병 전 이미 하나 이상의 위험 요인을 갖고 있었다는 초대형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혈관 질환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닌 서서히 다가오는 병이다. 게티이미지 질환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닌 수년 전부터 위험 신호가 축적되어 온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 930만명 등의 건강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했다. 60만건 이상의 국내 심혈관 질환 사례 등을 분석했다.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공동팀이 주도했다.
◆4가지 위험 요인, 거의 모든 환자에게 존재
연구진은 미국심장협회가 제시한 이상적 심혈관 건강 지표를 기준으로 △혈압(120/80mmHg 이상 또는 치료 중) △혈당(100㎎/㎗ 이상 또는 당뇨병 진단·치료 중) △콜레스테롤(200㎎/㎗ 이상 또는 치료 중) △흡연(과거 또는 현재 흡연) 여부를 분석했다.
의사들이 진단 시 활용하는 더 높은 ‘임상적 위험 기준(혈압 140/90, 콜레스테롤 240, 공복혈당 126, 현재 흡연)’도 적용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1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장마비·심부전·뇌졸중 환자의 99% 이상이 발병 전 최소 하나 이상의 위험 요인을 보유했다. 93%는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이었다. 환자 95%가 지니고 있었다. 비교적 위험이 낮다고 여겨지는 60세 미만 여성조차 95% 이상이 위험 요인을 보유했다.
임상적 기준으로 범위를 좁혀도 환자의 최소 90%는 발병 전 하나 이상의 주요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심장질환, ‘갑작스러운 병’ 아니다
이번 연구는 심혈관 질환이 단순한 돌발적 사건이 아닌 오랜 기간 누적된 건강 상태의 결과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정기 건강검진 기록을 추적한 덕분에, 첫 발병 몇 년 전부터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이상이나 흡연 습관이 이미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위험 요인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한다면 대부분의 심혈관 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 “예방의 핵심, 생활습관 관리”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심혈관 질환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닌 서서히 다가오는 병”이라며 “4가지 위험 요인만 체계적으로 관리해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혈압 측정, 필요 시 약물 치료 △균형 잡힌 식단과 주기적 검진 △흡연중단 △충분한 수면, 규칙적 운동, 체중 관리, 스트레스 완화 등의 예방 전략을 제시했다.
4가지 위험 요인만 체계적으로 관리해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 심혈관 질환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암 다음)로,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로 인해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 초대형 연구는 단순히 “위험 요인이 심장병에 영향을 준다”는 기존 지식을 넘어 발병 환자의 거의 전원이 이미 관리 가능한 위험 요인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장병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미리 준비한다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