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박도중·이혜승 교수팀 전이와 연관된 종양 아형 2개 규명
국내 연구진이 위암 환자의 혈액을 타고 암 세포가 간, 폐, 뼈 등으로 퍼지는 ‘혈행성 전이’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적 특징을 밝혀냈다.
2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박도중 위장관외과 교수·이혜승 병리과 교수 연구팀은 위암 수술 환자 64명의 종양 조직을 정밀 분석해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두 가지 아형을 규명했다.
위암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흔한 암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전이다. 전이는 크게 림프절·복막·혈행성 전이로 구분되며, 혈행성 전이가 발생하면 예후가 불량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떤 환자가 혈행성 전이에 취약한지 사전에 알 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위암을 전이 위험이 높은 ‘줄기세포성’ 아형과 상대적으로 전이 위험이 낮은 ‘위 점막형’ 아형으로 구분했다. 코호트 분석 결과 줄기세포성 아형 환자의 혈행성 전이 위험은 위 점막형 대비 약 2.9배 높았으며, 위 점막형 아형 환자보다 혈행성 전이가 더 일찍 발생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혈행성 전이와 밀접하게 연결된 17개 핵심 유전자를 선별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혈행성 전이 위험 점수’도 개발했다. 세 개의 외부 코호트(600명 이상)와 환자 유래 이종이식(PDX) 모델 51개를 통해 혈행성 전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집단은 저위험군보다 혈행성 전이가 발생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이 유의하게 짧았다. 특히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수술 후 항암 보조치료가 기대만큼 효과를 보이지 않아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위암에서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전이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외과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권이선 기자
위암 ‘혈행성 전이’ 조기 예측 모델 개발
글자 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