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서영 기자]오는 11일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이는 곧 금융당국 조직개편 이야기가 흘러나온 지도 100일을 훌쩍 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굵직한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개편 논의가 석 달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금융권에는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 분리, 기획재정부 예산권 축소 등 굵직한 변화를 공언해왔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재부로 이관하고, 남은 금융위는 금감원과 통합해 새로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또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내 별도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는 것도 거론된다. 현실화된다면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된 금융위-금감원 분리 체제가 17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취임 100일이 된 지금까지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국민보고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결국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뒷말만 무성해졌다. 당초 금감원-금융위 재조정 주장은 국정기획위원회 내 한 명의 의견에 불과했다는 후문부터 최근 취임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금소처에서 분리된 금소원 초대 원장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왔다.
업계도 혼란스럽다. 금융권 다수는 현 체제가 더 낫다고 판단해 개편을 원치 않는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공약으로 내놓은 이상 피할 수 없다는 현실론 속에서 "차라리 빨리 결론을 내라"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얼마나 더 끌지를 가늠할 뿐"이라며 체념 섞인 반응과 함께 "방향만 정해주면 준비할 수 있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가 제일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가계부채 리스크,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시급한 현안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논란만 이어지면서 정책·규제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정책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처럼 결론이 지연되면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한·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도 지난주로 마무리됐다.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연말에 진행될 거라는 소문은 더욱 금융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금융당국 개편은 숙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시장은 불편한 결론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명확한 결론을 원한다. 정부가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아주경제=이서영 기자 2s0@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