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공식석상서 대놓고 저격…점입가경 'HBM4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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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공식석상서 대놓고 저격…점입가경 'HBM4 삼국지'

'큰 손' 고객 엔비디아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를 납품하기 위한 '메모리 3강'의 대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삼성전자는 각자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 때론 공세로 돌변해 도발적이고 직설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루빈'의 양산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형국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다음 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TC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루빈을 대중 앞에서 선보인 후 내년 초부터 수주, 양산에 들어가겠단 계획이다.


루빈에는 HBM4가 탑재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어느 회사의 HBM4를 루빈에 넣을지를 곧 결정해야 한다. 결단의 시점은 무르익었지만, 아직 엔비디아는 어느 회사를 고를지 정하지 않았으며 가능성은 모두에 열려 있다. 3사는 모두 샘플을 만들어서 엔비디아에 보내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의중에 따라 곧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 발표에 저격 발언까지

견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 반면 삼성전자는 맞대응하기보단 상황을 조용히 예의주시하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HBM4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체계를 구축했단 SK하이닉스의 보도자료도 '견제용 카드'였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을 양산한다고 자료를 내고 대대적으로 알린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행보"라며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을 견제하기 위해 자료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근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마이크론에 쏠린 업계의 이목을 돌려보고자 HBM4 개발 및 양산 소식을 과감하게 '오픈'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3~17일 주가가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19년 12월에 기록했던 종전 최장기록을 하루 차이로 경신했다. 이 기간에 주가는 34.76% 올랐고 17일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790억5000만 달러(약 248조원)가 됐다. 지난 12일은 한창 마이크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때다. 이는 HBM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엔비디아가 마이크론의 HBM4를 선택할 것이란 미국 현지 보고서들의 분석에 따른 결과였는데, SK하이닉스로선 이런 분위기를 뒤집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보도자료에는 자사의 HBM4가 갖춘 성능, 기능을 가감없이 제시하고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춰져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았다. 데이터 전송 통로(I/O) 2048개를 적용, 대역폭을 2배로 늘리고 전력효율은 40% 이상 확대, 10Gbps(초당 10기가비트) 이상의 동작 속도를 구현한다는 부분들이 그랬다.


앞서 지난달 13일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의 HBM4를 공식석상에서 저격한 일도 있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기술 리더십 포럼'에서 단상에 올라 회계연도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6세대 10나노(nm·1억분의 1m)급인 '1c D램 공정'으로 만든 삼성전자의 HBM4 성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다나 CBO는 "경쟁사 중 한 곳(삼성전자)은 HBM4를 1c 노드에서 생산하려고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검증에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사는 모두 HBM4 샘플을 만들어냈는데, 생산 과정에서 적용한 D램 공정이 다르다. 마이크론은 자사만의 고유 공정인 1β(베타) 공정 노드에서 제품을 만들었다. 1β 공정은 5세대 10나노급 D램을 뜻하는 마이크론의 표기 방식으로, 반도체 업계에선 통상 1b 공정을 가리킨다. 삼성전자의 1c는 이보다 한 세대 더 앞선 최신 공정이다.


마이크론 실적발표에 쏠린 눈

'무주공산(無主空山)'을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은 마이크론이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하는 오는 24일 이후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공개된 후 마이크론 경영진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HBM4 관련 현황들을 언급할 것이란 전망이 있어서다. 엔비디아와 협상 여부를 밝히며 타 경쟁사들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내놓을 것이란 이야기도 미국 현지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HBM4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기존 9Gbps에서 10Gbps로 올려달라고, 메모리 3사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마이크론의 대응 방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마이크론은 타 경쟁사들과 달리, HBM4 양산 방식으로 일반적인 공정을 거부하고 자사 고유의 1β 공정을 계속 고수할 분위기여서 더욱 그렇다. 이 공정을 갖고도 엔비디아의 요구조건을 맞출 수 있을지에 마이크론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실적 발표 때 이와 관련해 마이크론이 설명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월가에선 마이크론이 일단 이번에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의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 HBM4 등 내년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 막강한 입지를 다질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가 이미 곳곳에서 나왔다. 씨티그룹의 크리스토퍼 데인리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전망이 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데인리는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기존 150달러에서 175달러로 상향조정하면서 "마이크론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높아서 생산을 앞지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론이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수준의 긍정적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할 수 있다면 주가는 추가 상승 여력을 보일 것"이라며 이번 실적과 함께 깜짝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내다봤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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