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대형 빌더(건축업체)에 고효율·인공지능(AI) 생활가전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기업간거래(B2B)를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강조해온 LG전자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센추리 커뮤니티스(Century Communities Inc.)'와 생활가전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LG전자는 오는 2029년까지 센추리 커뮤니티스가 미국에 짓는 수만채의 신규 주택에 냉장고·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 오븐 등 고효율·AI 가전을 전량 공급한다. 빌더 전담 영업 및 서비스 조직인 'LG 프로 빌더(LG Pro Builder)'를 주축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주택 구조, 지형·기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가전을 제안하고 공급한다.
LG전자는 미국 환경청 에너지스타(Energy Star) 인증을 받은 고효율 가전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AI 홈 플랫폼 'LG 씽큐(ThinQ) AI' 기반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을 짓는 빌더에 대규모로 제품을 공급하며 미국 B2B 생활가전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 접근하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와는 달리 B2B 시장에서의 생활가전은 주로 건축업자를 통해 건축 현장에 공급되는 게 특징이다.

북미 B2B 생활가전 시장은 약 70억달러(9조6000억원) 규모로, 전체 가전 시장에서 무려 20%를 차지한다. 미국가전제조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빌더 가전 거래액은 누적 33억달러에 달했다. B2B 시장은 제품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사업 안정성과 제품 내구도, 유지보수 능력 등을 종합 고려하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러나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대규모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미국 2위 빌더 '레나(Lennar)'에 이어 대형 빌더와의 두 번째 파트너십 성과로, B2B 생활가전 사업이 현지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센추리 커뮤니티스는 미국 전역에 주택 및 상업용 건물을 공급하는 대형 빌더로, 현지에서 상위 10대 빌더로 꼽힌다.
LG전자는 2023년 LG 프로 빌더를 설립한 뒤 연 60%대 매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성장한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 '톱 3' 진입을 노리고 있다.

LG전자는 상업용 세탁가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2위 세탁 솔루션 기업 '워시(Wash)'에 이어 올해 미국 1위 세탁 솔루션 기업 'CSC 서비스웍스(CSC Serviceworks)'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대용량 상업용 세탁가전 'LG 프로페셔널'을 연내 북미·유럽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규황 LG전자 북미지역대표(부사장)는 "LG 가전의 뛰어난 성능과 품질, 브랜드 신뢰도를 다시 한번 입증한 성과"라며 "앞으로 미국 B2B 생활가전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