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에 따른 직원 파견 근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당론 발의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법 개정안에는 '파견근무'가 아닌 '인력교류' 권한을 부여한다고 명시됐으나,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번 금소원에 파견되면 금감원으로 복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최근 당론 발의한 법 개정안에는 금소원과 금감원 간 인사 교류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여전히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비공개 설명회에서 "조직 변화 시행 시점에는 현 상태에서 배분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고, 직원들은 이를 두고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처 소속 직원들이 금소원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 개정안 제67조의3 제2항에는 "금감원장과 금소원장은 필요한 경우 소속 직원 간 인사 교류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 제65조에서 금감위와 재정경제부 간 업무협력에 관해 "파견근무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파견'이라는 단어는 쓰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감원 직원들은 금소원이 별도 법인으로 설립될 경우 순환근무 체제가 아닌 사실상 파견근무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차기 금소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와 정치권 일각에서 금소원의 별도 법인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역시 금소원은 금감원과는 별개 조직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7일 고위 당정협의회 직후, 이창규 행안부 조직국장은 금소원과 금감원을 "별도 기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한국은행 내 은행감독원도 별도 조직이었지만, 인사팀 주도로 한국은행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순환근무가 이뤄졌다"며 "정치권 구상대로 금소원을 금감원에서 분리한다 해도 금감원 직원을 금소원 소속으로 전환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조직 개편 이후 금감위와 금소원에 검사 및 제재 권한을 상당 부분 넘겨야 하는 점도 불만 요인이다. 금감위에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이상 제재 권한이 넘어간다. 금소원에도 금융상품 판매·광고 등에 관한 검사·제재 권한을 상당 부분 이관해야 하며, 금소원이 요청하면 공동 검사에 참여해야 한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로 인해 검사 권한과 업무 수행 역량이 약화하고, 경력 관리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이 내세운 '정책-감독 분리'라는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결과적으로 금감원만 분리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위에 금융위원회 직원 100여 명 이상이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금감위 조직에 금융위 공무원이 대거 합류하게 돼, 정책과 감독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신용카드 사태, 사모펀드 사태 등은 정책이라는 '액셀러레이터'에 감독이라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치권도 이를 계기로 정책-감독 분리를 추진했는데, 지금처럼 금융위 직원 상당수가 금감원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금소처마저 금소원으로 분리하는 것은 정책-감독 분리 취지에 맞지 않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