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감독·검사 권한과 임원 조직을 축소하는 금융감독 조직개편 작업이 현실화했다. 이에 맞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까지 국회 앞 시위를 포함한 집단행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과 각 업권법 일부개정법률안 10개를 당론 발의했다. 개정안엔 금감위 위원을 기존 9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대신 금감원 부원장은 4명에서 3명으로, 부원장보는 9명에서 8명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임원이 2명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원장 1명, 부원장 1명, 부원장보 3명을 두게 된다.
감독·검사 권한 축소 작업도 진행됐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 주장과는 달리 분쟁조정위원회를 금소원으로 넘기는 안을 정치권에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우 임원 중징계 안을 제외한 대부분 기능을 금감원에 두기로 가닥을 잡았으며, 이 과정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조위는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기구다. 제재심은 금융사와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하고 금융위원회에 넘기는 조직이다.
이날 금감원 비대위와 노조 조합원, 직원 700여명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 시위(검은 옷 시위)를 엿새째 이어갔다. 이들은 분조위를 금소원에 내주는 건 금소처 분리나 다름없다며 반대했다. 지금처럼 분조위를 금감원 안에 두지 않으면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 위원장 대행(수석 부위원장)은 시위 직전 "직원들 요구 사항은 금소원 분리 철회고, 금소원 분리를 저지해야 제재심·분조위 모두 금감원에 남는다"며 "분조위를 금소원에 넘기는 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비대위는 전날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향후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 국회 일정에 금감원 노조가 참여해 조직 개편에 관한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윤태완 금감원 비대위원장은 "윤 위원장은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 향후 국회 일정에 금감원 노조가 참석해 (조직개편) 이슈에 대한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며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 의원실 측에서도 정리된 (노조) 입장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날 오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법 개정안이 게재돼 일부 직원이 동요했고, 비대위의 목표와 가치가 바뀌었냐는 질문도 받았다"면서도 "비대위는 금소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라는 명확한 목표와 가치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비대위는 여당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리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반발 시 민주당이 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 국민의힘 동의 없이도 6개월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이 상임위원회(정무위) 심의 등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는 180~330일 걸린다. 이 경우 예정된 내년 1월2일이 아닌 내년 2분기 혹은 하반기에야 조직개편과 관련 작업을 할 수 있다.
금감원 비대위는 다음 날 오전 정부조직법 개편 반대를 주제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18일 오후 12시께에는 국회 앞에서 집회할 예정이다. 일부 직원은 대통령실 인근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 원장은 오전 8시11분 본원으로 출근하며 '전날 여당이 감독체계 개편 관련 법안 개정안을 당론 발의한 것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들 질문을 받았으나 답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