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제출했던 '26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청사진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여력과 확장 의지가 공식 문서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후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데다, 미국 공장 증설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투자 방향을 둘러싼 딜레마도 함께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5월 미국 텍사스주에 세제혜택 프로그램인 '챕터313'을 신청하면서 향후 20년간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생산공장 11곳을 새로 만들어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중장기 투자 계획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제출한 문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에 신설 공장 98곳을 만들고, 오스틴에는 공장 2곳을 세우는 등 텍사스주에 총 1921억달러(약 260조원)를 투자할 방침이었다. 현재 추진 중인 테일러 공장 투자 규모가 370억달러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확장 여력을 공식적으로 열어둔 셈이다.
당시 회사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이는 투자 여력과 중장기적인 투자 의향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같은 경우 장기 투자 계획을 내부적으로 이미 갖고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에 추가 투자를 하더라도 그렇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현지 투자가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이다. 메모리 생산시설은 초기 건설비뿐 아니라 장비 반입과 인력 운영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수반된다. 특히 미국은 한국 대비 비용 구조 자체가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공장의 설비 용량당 투자비용은 한국에서보다 20~30% 높고, 공장 완공까지 걸리는 기간도 20~30%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지 메모리 공장 생산비도 한국 대비 최소 40% 더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합산 기준 2027년에서 2030년까지 미국 내 투자 비용 소요가 100조~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의 대미 투자펀드 2000억달러가 활용될 경우 정부의 투자 리스크와 메모리 업체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2023년 이후 국내에서도 초대형 투자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이후 2023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공식화하며 국내에 300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국내외에서 대규모 설비투자가 병행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투자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미국 현지 투자를 더욱 늘릴 경우, 국내 투자 계획이 일부 축소될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 산단 외 추가적인 미국 공장 증설이나 생산 거점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업계 내부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메모리 국내 투자를 지키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부족할 판에 산단 이전과 같은 정치적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기업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투자와 국내 투자 사이에서 기로에 선 메모리 기업들을 놓고, 정부가 어떤 당근책이 가장 합리적인지 다시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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