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의혹을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0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강 의원은 출석 과정에서 “원칙대로 살아왔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현금 전달 당시 인식 여부와 공천과의 대가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강 의원을 불러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 의원이 김병기 의원과 공천헌금 수수 문제를 논의하는 녹취가 공개된 지 22일 만의 첫 소환이다.
강 의원은 이날 오전 8시 56분쯤 서울청 마포청사에 도착해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 삶의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지키는 삶을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천헌금 1억원을 직접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강 의원을 상대로 1억원이 실제 전달됐는지, 전달 과정에서 강 의원이 이를 인지하거나 동석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금품이 반환됐다면 그 시점과 경위가 무엇인지, 반환 이후에도 김경 서울시의원에 대한 단수공천이 이뤄진 배경은 무엇인지가 주요 조사 대상이다.
이번 소환은 강 의원 조사에 앞서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마무리된 뒤 이뤄졌다. 경찰은 전날인 18일 오전 10시부터 김경 시의원을 불러 약 17시간에 걸친 3차 조사를 진행했고, 같은 날 오후에는 강 의원의 전 사무국장이던 남모 씨도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김 시의원은 최근 경찰에 제출한 자수서와 조사 과정에서 “남씨가 먼저 ‘한 장’이라는 액수를 언급했고,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4월 한 카페에서 강 의원이 동석한 자리에서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이 현금 전달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주장이다.
반면 남씨는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을 함께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이 오간 시점에는 자리를 비웠고 이후 강 의원의 지시로 차량에 옮긴 물건이 현금인 줄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공천헌금 제안이나 전달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그동안 “공천헌금은 김 시의원과 남씨 사이의 일”이라며, 사후에 보고를 받은 뒤 즉시 반환을 지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금품을 요구하거나 직접 받은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세 사람의 진술은 서로 맞물리지 않는 지점이 적지 않다. 김 시의원 주장대로 강 의원이 전달 현장에 동석했다면 ‘사후 인지’라는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되고, 강 의원 설명이 사실이라면 김 시의원이 특정 시점과 장소를 들어 ‘동석’을 강조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남씨의 경우에도 ‘현금인지 몰랐다’는 해명이 받아들여지려면 전달·보관 과정에 대한 객관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이날 강 의원 조사를 통해 현금 전달 당시 인식 여부, 반환 지시의 정확한 시점과 방식, 공천관리 과정에서 김 시의원과 관련해 어떤 판단과 발언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특히 ‘즉시 반환’ 주장과 달리 공천 논의가 이어진 정황이 확인될 경우, 공천과 금품 사이의 대가성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강 의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소환이나 관련자 대질 조사 여부 등 향후 수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주경제=박용준 기자 yjunsay@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