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北 핵보유국으로 인정… 군축 협상이 현실적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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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北 핵보유국으로 인정… 군축 협상이 현실적 선택지”
사설서 美의 대북 전략 전환 주장 “핵탄두·운반수단 수 제한 필요 ‘동결·상한 설정’ 협상 준비해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 대신 군축 협상을 현실적 선택지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제기됐다.

WP는 18일(현지시간) 논설실 명의의 사설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WP는 북한이 최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40기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상태라는 점을 들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의 위치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침묵’은 사실상 인정”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조선인민군 주요 화력타격 집단 관하 구분대 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WP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중대하고 고통스러운 전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와 운반 수단의 수를 제한하는 군축 협상은 미국으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WP는 “가장 필요한 것은 솔직함(candor)”이라며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에서 ‘동결 및 상한 설정’으로 태세를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를 분명히 말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험을 인정하고 동맹국들과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며 “또한 그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어떤 양보를 얻어낼지도 확보해야 한다. 침묵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WP의 이같은 사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현실론’이 제기되는 국면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으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대북 제재로 인한 불편함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현재의 한반도 정세 구도를 굳이 바꿔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접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비핵화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북한의 태도, 북한 비핵화 실현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현실,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능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북 밀착 등을 감안하면 대북 협상의 물꼬를 빠르게 열기 위한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은 “수년째 미국 내에서 반복되는 주장으로,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상 핵보유국 지위를 주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핵무기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핵 군축 협상, 단계적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지난 30년간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기보다 매년 10여개씩 늘어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지시키는 게 바람직하고, 우리 정부도 이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듯 하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하지만, 비핵화든 동결이든 대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북한을 대화의 자리로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인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에 한국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도래했을 때의 대응책과 더불어 비핵화 원칙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시킬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찬·정지혜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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