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강추위가 이어지는 겨울철 주방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가는 가전은 단연 정수기다.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릴 필요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따뜻한 물이 바로 나온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온수 버튼’의 존재감이 더 커진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소비자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정수기를 오래 쓸수록 관리 여부에 따라 위생 상태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위생 중시하지만 관리 실상은 엇갈려
19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 상당수는 정수기를 설치만 하면 자동으로 깨끗한 물이 나오는 기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필터 교체만 제때 이뤄지면 위생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정수기는 ‘한 번 관리로 끝나는 가전’이 아니라 사용자가 계속 손을 대야 하는 생활기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과거 조사에서도 이런 인식 차이는 드러난다. 렌털 정수기 이용자 가운데 69.4%가 제품 선택 기준으로 ‘위생·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실제 관리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 기준이 생활 속에서 충분히 지켜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40대 직장인 A씨는 “방문 관리 일정이 자꾸 밀리다 보니 필터 교체 시기를 몇 번 놓쳤다”며 “어느 순간부터 물에서 묘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결국 생수를 사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취수구’
정수기 위생의 핵심은 필터 성능만이 아니다. 물이 지나가는 내부 유로와 함께 컵을 대고 손이 자주 닿는 취수구(코크) 관리가 중요하다. 공기 중 먼지와 세균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일부 가정의 정수기 취수부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이후 소독을 실시하자 세균 수는 급격히 줄었다. 관리 여부에 따라 위생 상태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겨울철에는 사용 패턴도 변수로 작용한다. 외출이 잦아 장시간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기기 내부에 물이 고이면서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필터 교체만으로 안심하기보다, 사용자가 직접 취수구를 닦고 소독하는 습관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남는 건 셀프 관리
최근에는 방문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필터를 교체하는 ‘셀프 관리형’ 정수기도 늘고 있다. 하지만 방식이 바뀌어도 핵심은 같다. 교체 주기를 놓치면 위생 효과는 급격히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위생은 서비스가 해주는 영역과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명확히 나뉜다”며 “구매 전부터 내가 이 기기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