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는 늘 선택의 예술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지금 해야 하는가다. 부동산 정책은 특히 그렇다. 타이밍을 놓치면 비용은 기하급수로 불어난다. 공급은 시계를 되돌릴 수 없고,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오래 걸린다. 이 단순한 진실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은 얼어붙었다. 거래는 멈췄고, 정비사업의 톱니는 헛돌기 시작했다. 최악의 공급 가뭄 속에서 겨우 살아나던 숨통이 다시 조여졌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말이 없다. 아니, 조용한 대신 시끄럽다. 민생의 핵심인 주택 문제는 뒤로 밀리고, 정치판 소음이 앞에 섰다. 소란이 커질수록, 책임은 희미해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장면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의 문제 제기는 정파적 공격이 아니다. 현장을 매일 마주하는 행정 책임자의 경고다. "부동산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그의 물음은 수사가 아니라 현실 진단이다. 재개발·재건축이라는 가장 빠른 공급의 길을 막아놓고, 공공 유휴부지라는 느린 해법을 들이밀며 시간을 벌겠다는 발상, 이것이 과연 책임 있는 李 정부의 정책인가.
재개발·재건축은 투기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노후 주거지를 안전하게 바꾸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며,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는 핵심 수단이다. 서울 같은 고밀도 도시에서 공급을 늘리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다. 이를 '이념의 렌즈'로만 재단해 봉쇄하면, 결과는 늘 같았다. 공급 위축, 불확실성 증폭, 가격 왜곡. 과거의 실패가 그 증거다.
그런데도 정부는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투기 억제', '시장 안정' 말은 선명하지만, 설계는 흐릿하다. 집 한 채에도 세금 폭탄을 예고하는 경고성 발언은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신뢰가 사라진 시장은 관망으로 굳고, 관망은 다시 왜곡을 낳는다. 규제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목적을 잃은 규제는 시장을 혼내는 데서 멈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자, 정부는 보완보다 의제 전환을 택했다. 여야의 이전투구, 자극적인 공방, 끝없는 소음, 이 소란은 우연이 아니다. 민생의 고통을 잠시 잊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부동산을 묶어놓고 시장이 식어가자, 시선을 다른 전선으로 돌려 시간을 버는 정치다. 과거 전두환 군부독재와 똑같은 수법을 하고 있다. 이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서울시는 10·15 대책 이후 현장의 절규를 정부에 전달해왔다. 멈춘 조합, 흔들리는 사업성, 금융의 경색, 주민들의 불안 등 그 목소리는 분명했다. "풀어달라"가 아니다. "살게 해달라"였다. 그러나 정부의 답은 침묵이었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침묵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비용은 시민이 치른다.
정상적인 여당이라면, 이 지점에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정책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의 정상화, 인허가의 예측 가능성 회복, 금융과 세제의 합리적 조정 등이다. 경고성 발언을 거두고 신뢰의 언어로 돌아오는 것, 이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여당의 모습은 다르다. 책임을 묻기보다 분위기를 관리한다. 민생을 설계하기보다 심기를 살핀다.
오늘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만찬을 가진단다. 그 자리가 또 하나의 의전 행사로 끝난다면, 정치는 다시 현실과 멀어진다. 만찬의 메뉴가 아니라, 현장의 숫자와 일정이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풀 것인가. 공급의 시계를 어떻게 다시 돌릴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만찬은 공허해진다.
李 대통령의 역할은 분명하다.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낮추는 것이다. 소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민생을 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이미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는 용기다. 부동산은 숫자의 게임이 아니다. 삶의 문제다. 정책은 이념의 시험장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구조다. 구조를 흔들어 놓고 소란으로 덮는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 시장은 결국 현실로 답한다. 공급이 막히면 왜곡은 커진다. 이 단순한 진실 앞에서, 더 늦기 전에 돌아서야 한다.
아주경제=김두일 선임기자 dikim@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