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멈춰버린 상생...노란봉투법이 몰고 올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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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멈춰버린 상생...노란봉투법이 몰고 올 한파 
사진정연우 기자 정연우 산업2부 기자
오는 3월, 산업 현장이 유례 없는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경영계, 특히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계는 불안하기만 하다. 노동권 보호라는 명분이 정작 현장에선 '산업 생태계 파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가리키는 비공식 명칭으로, 사용자 범위 확대와 쟁의행위 관련 손해배상 제한을 핵심으로 한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47억 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한 사건에서 유래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뒤 22대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입법이 완료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가장 큰 타격은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 기업까지 무분별하게 확대하면서 대기업(원청)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소기업(하청)과의 거래 자체를 꺼리게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에서다. 대기업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하도급을 축소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증발로 이어진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상시적 분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기업으로서는 굳이 복잡한 하청 구조를 유지할 이유가 없게 된다. 결국 약자를 보호한다는 법이 가장 취약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부터 뺏는 '역설적 비극'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노사 관계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묻는다. 2016년 노동조합법을 통해 파업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전체 조합원의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며, 공공 서비스의 경우 40%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파업권이 부여된다.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원칙이다.

독일의 경우 파업은 오직 단체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할 때만 허용되는 '최후의 수단'이며, 미국에서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벌이는 '2차 보이콧'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노사 관계의 균형을 위해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 수주절벽에 예고되는 상황에서 노사 화합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경영계, 특히 중소기업계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영해 법적 모호성을 해소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생존해야 노동자의 권리도 존재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아주경제=정연우 기자 ynu@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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