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오세이사’·‘만약에 우리’…로맨스 흥행도 ‘팬데믹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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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오세이사’·‘만약에 우리’…로맨스 흥행도 ‘팬데믹 효과’
지난해 연말 개봉한 두 편의 한국 로맨스영화 흥행이 화제다. 12월24일 개봉한 동명 일본영화 리메이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와 31일 개봉한 중 국영화 ‘먼 훗날 우리’ 리메이크 ‘만약에 우리’다. ‘오세이사’는 손익 분기점 72만 관객을 9일 돌파하고 18일까지 83만5686명을 기록 중이다. ‘만약에 우리’는 그보다 흥행세가 한층 가파르다. 110만 명 손익 분기점을 12일 넘기고 17일까지 157만3843명을 동원 중이다. 여 전히 일일 흥행 1위 자리여서 향후 200만 관객 돌파도 가능하리란 예상이다.

두 편의 예상치 못한 흥행 호조를 두고 이미 많은 언론미디어에서 갖가지 분석을 내놓았다. 그중 산업적 측면에서 주로 언급된 부분은, 이제 극장용 한국영화는 ‘이런 영화’들이 주류 가 되리란 전망 차원. 즉 ‘영화 보러 극장 가지 않는 시대’에 걸맞게 낮은 제작비 책정으로 대략 ‘이 정도’ 흥행만 거두면 손익분기를 넘길 수 있는 중급영화 전성시대가 열리리란 얘기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편한 데이트 코스 일부로서 계속 극장을 찾을 커플 관객층 타깃으로 각종 데이트 무비들이 대세를 맞이하리란 전망도 함께 나왔다.

이 부분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영화 보러 극장 가지 않는 시대’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2024년 음악산업은 공연업의 어마어마한 활황 덕에 상승세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음악공연 유료 관람 횟수는 2024년 평균 3.5회에서 5.4화로 늘었고, 공연 관람권 총판매액도 약 1조45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5% 성장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음악 공연이 활황 동력으로 작용, 전체 유료 음악공연 관람자 중 48.6%가 대중음악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 시장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 등이 차례로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전시 관람 역시 대중적 문화 소비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이 2025년 연간 방문객 337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국립중앙박물관 또한 관람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문화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주도(전체 관람객 60% 이상)한 흐름으로, 특히 K-팝 산업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굿즈 문화’가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열풍을 통해 전시 시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추가되는 분위기다.

뮤지컬 시장도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이 티켓 가격 상승에 의한 성장에 그쳤다면, 2025년은 공연 건수나 공연 회차, 티켓 예매 수 등 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여 실질적 수요 증가이자 관객 저변 확대로 봐야 할 소지가 커진다. 또 레저 영역의 해외여행 관광객은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의 287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글램핑과 같은 여타 레저 부문도 연평균 10% 이상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직 영화만 하락세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5년 총 영화 관객 수는 1억 608만8943명으로 전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애초 한국은 세계 주요 영화시장 중 코로나19 팬데믹 회복이 가장 더딘 시장이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024년 극장 매출 회복 수준은 미국 73.3%, 일본 90.6%, 프랑스 95.2%, 영국 79.3%, 독일 93.4%인데 반해 한국만 유독 떨어지는 62.4%였는데, 거기다 올해 또 감소해 더더욱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 이른바 ‘1000만 영화’ 역시 단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결론은 단순하게 나온다. 팬데믹을 거치며 영화 관람 하나로만 몰려있던 대중의 문화·레저 여가소비가 다양한 분야로 흩어졌단 것이다. 영화 입장권 가격 상승이 극장으로의 발길을 주저 하게 만들었단 의견도 많지만, 그럼 왜 영화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공연 관람이나 각종 레저상품 소비 등은 가파른 상승세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OTT 등장 탓에 극장 관람률이 떨어졌단 논리 역시, 같은 OTT가 들어가는 해외 주요 영화시장들은 어째서 한국보다 훨씬 회복세가 뚜렷한지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게 세계 대중문화시장 전반에 걸친 ‘팬데믹 효과’다. 팬데믹 동안 대중의 온라인 체류시간과 미디어 소비가 급증한 탓에 국내서도 대중이 그간 발 들여놓지 않았던 다양한 문화·레저 상품들을 모험적으로 소비해 볼 기회를 맞이했단 것. 그렇게 다양한 문화·레저에 눈뜨고 관심이 심화했고,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그를 소비할 다양한 공간들로 흩어지게 됐단 순서다. 그간 영화 관람은, 어떤 의미에선 이렇다 할 문화·레저 관심사를 갖지 않은 ‘무(無)취미’ 대중을 상대로 규모를 키워온 것뿐 계기만 마련되면 다양한 영역으로 흩어질 운명이었단 얘기도 된다.

그리고 그렇게 데이트 무비 전성시대도 열린다. 극장은 점차 그곳에 꼭 가야만 하는 관객들로 채워지는 공간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영화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커플의 간편한 데이트 코스 일부로 낙점되는 흐름이다. 데이트 무비 성격이 가장 잘 들어 맞는 2030 청춘 로맨스영화 대세 구도도 그렇게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측면도 생각해 볼만 하다. 화두가 된 ‘오세이사’나 ‘만약에 우리’나 사 실상 ‘IP 히트’로 봐야 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영화로서 무려 21년 만에 국내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오세이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만약에 우리’ 원작 ‘먼 훗날 우리’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국내 소화되며 탄탄한 팬층을 마련한 경우. 그렇게 다져진 팬덤이 영화 초반 흥행세를 만들고, 그 성과 기반으로 트렌드를 만들어내 여타 관객들이 몰렸단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단 얘기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오세이사’와 ‘만약에 우리’ 성공 역시 팬데믹 동안 잘게 갈라진 취향과 그에 따른 팬덤화 현상 일부로 해석해 볼 여지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대중음악 공연 시장 활황 주역 중 하나로도 해외 인디 가수들의 내한공연 붐이 꼽히는 실정이다. 해외 가수 공연 관람 비율은 9.5%에서 15.9%로 증가했다. 역시 잘게 갈라진 취향과 팬덤화 경향이 낳은 상승 세란 얘기. 전반적 상황을 이 지점에서부터 풀어나가 미래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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