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8일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을 이끌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의 제명 처분 이후 극한으로 치닫던 당 내홍이 이번 사과를 계기로 수습 국면에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8일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한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가 자신을 제명 처분하기로 한 것은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보복”이라면서도 게시판 논란을 두고선 “국민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 캡처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2분 5초 분량의 영상에서 “계엄을 극복하고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제어할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정치 보복의 장면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우리 당에 대한 마음을 거두시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 걱정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영상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논란으로 벌어진 당내 갈등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원게시판 논란은 2024년 11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다만 중앙윤리위원회의 제명 처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한 전 대표가 사과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1년 넘게 이어져 온 논란에 대해 당사자가 물꼬를 터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거센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들이 내홍 수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일부 의원들은 한 전 대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 이후 장동혁 대표가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는 일종의 중재안을 주장한 바 있다. 단순 서면 입장 대신 한 전 대표가 직접 영상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한 것도 이번 논란을 그만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의 사과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전 대표의 메시지를 계기로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화답에 나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SNS에 한 전 대표가 올린 영상을 공유하며 “진심을 담은 사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당무감사와 윤리위 징계 과정에 상상하기도 힘든 불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주신 한 전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결단이 당을 정상화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친한계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한 전 대표를 메시지를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며 “이제 사태를 수습할지, 계속 이어갈 것인지는 장 대표와 지도부로 공이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반면 당권파를 비롯한 옛 친윤(친윤석열)계는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한 전 대표의 사과문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여론이 불리하니 사과하는 척은 해야겠고, 잘못을 인정하기는 싫고, 그야말로 금쪽이 같은 모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민영 미디어대변인도 “혹여 이따위 사과도 사과라고 ‘아무튼 봐주자’ 몰아가는 자들이 없기를 바란다”며 “당원들이 이를 사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윤리위 징계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징계 조치가 최종 의결된 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단식투쟁 중인 만큼 한 전 대표가 현장에 방문하거나 단식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추가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